피부노화 주범은 자외선 아닌 '도시공해'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09 16:12 수정일 2014-11-09 17:56 발행일 2014-11-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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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군종합병원·獨 하이네대 연구결과
CHINA-POLLUTION
중국 베이징의 시내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모그와 공기 오염 물질들로 뒤덮여 있다. (AFP)

도시의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피부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중국 공군종합병원과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대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 지역이나 교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피부노화속도가 10%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피부 노화는 자외선(UV)에 노출되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선 도시 공기 오염 물질이 UV보다도 더 큰 피부 노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공기 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 공해로 인해 한 해에만 지구촌 전체에 걸쳐 걸쳐 약 700만 여 명이 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총 세계 사망 인구수의 10%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연구팀은 30~45세 여성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참가자들은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 사는 여성들 절반과 전원 지역에 시골이나 교외지역에 사는 여성들 절반이었다. 연구팀은 두 그룹 모두에게 일광 노출을 동일한 기간에 걸쳐 시키고 2년 동안 추적 조사를 했다.

연구 결과 두 그룹 모두 태양에 노출된 시간은 똑같았지만 대도시에 거주했던 여성들의 노화속도가 10% 더 빨랐다. 대도시 공기 중에 있는 224개 이상의 오염물질들이 케라틴(피부를 보호하는 단백질)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중국 공군종합병원의 류웨이 교수는 “대도시 공기 오염 물질은 매연·분진·배출가스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모래 입자 보다도 조그맣기 때문에 피부를 관통해 케라틴을 파괴하고 세포 활동을 교란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연구팀도 최근 중국 연구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하인리히 하이네대 연구팀은 대도시와 교외 지역에 사는 사람 400명을 대상으로 피부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피부 탄력성을 유지시키는 콜라겐(사람들의 피부에 있는 경단백질) 손상 정도, 피부 보호막 파괴 정도, 피부 염증 정도 등을 분석해 노화 속도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 연구팀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이 UV 때문이 아닌 도시 오염 물질 때문에 피부 노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색소침착(피부 멜라닌 증가에 의하여 발생한 과다 색소침착)에 걸릴 위험률이 교외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20% 높았다. 연구팀은 대도시의 이산화질소, 디젤에서 나온 부산물 등이 UV와 결합해 오존층을 형성시키고 이것이 피부 세포 기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국적 화장품 제조사들도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 P&G는 최근 환경 과학자들과 함께 도시 공해를 막을 수 있는 제품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로레알도 중국 회사와 함께 도시 공기의 독성물질들을 차단하는 새로운 마스크 생산 연구를 준비중이다.

뉴캐슬대의 마크 버취 머신 박사는 “공기 중 오염 물질이 피부에 손상을 가한다는 것은 논란이 없는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수치들이 근거로 등장했다는 점이 새롭다”며 “도시 공해를 막는 화장품 제품들이 1년에 약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의 수익을 내는 신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