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상·하원 동시 장악…오바마 레임덕 가속화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05 15:45 수정일 2014-11-05 18:55 발행일 2014-11-06 25면
인쇄아이콘
美 중간선거, 8년만에 여소야대
콜로라도·몬태나 등 과반 달성에 필요한 6석 추가 확보 성공

미국 공화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하원은 물론 상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는 등 확실하게 의회를 장악했다.

CNN 방송 등 주요 외신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지킨 것과 동시에 상원에서도 과반 달성에 필요한 6석을 추가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번 중간선거의 전체 승패를 가른 상원 경합 주(州) 13곳(민주당 소속 10곳, 공화당 소속 3곳) 가운데 상당수 지역에서 공화당이 승리했다.

GovernorIllinoisYONHAPNO-0968(AP)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브루스 라우너 후보가 4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선거상황실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라우너 후보는 이날 선거 개표 결과 현직 주지사인 민주당 팻 퀸 후보를 제치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일리노이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공화당 주지사가 당선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AP=연합뉴스)

공화당은 켄터키와 캔자스, 조지아 주 등 현역 지역구를 모두 지켰으며 기존 민주당 지역이었던 아칸소와 웨스트버지니아, 몬태나, 사우스다코다, 콜로라도 주 등도 빼앗아 왔다. 주요 지역별로 보면 켄터키 주에서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앨리슨 런더건 그라임스 후보를 큰 격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당초 접전이 예상됐던 캔자스 주에서는 공화당의 팻 로버츠 후보가 무소속 그레그 오먼 후보를 상대로 이겼다. 조지아 주에서는 공화당의 데이비드 퍼듀 후보가 민주당의 미셸 넌 후보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이 밖에 민주당 메리 랜드류 상원의원과 공화당 빌 캐시디 하원의원이 경합을 치르는 루이지애나 주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주 선거규정에 따라 다음 달 6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점유했던 외교위, 군사위, 세출위, 금융위 등 ‘슈퍼 A급’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공화당이 모두 되찾게 됐다. 상원 외교위원장은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테네시) 의원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이 된 공화당 원내대표 자리는 이번 선거에서 기사회생한 미치 매코널(켄터키) 대표가 당분간 그대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도 공화당이 의석수를 늘린 만큼 존 베이너(오하이오) 의장과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원내대표, 스티브 스캘리스(루이지애나) 총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 특히 상원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유권자의 실망에 따라 공화당이 이익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인 유색 인종과 젊은 층, 여성 등이 대선보다 중간선거에 무관심한 것도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공화당이 극우 강경 세력인 후보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합리적 보수’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공화당이 이길 수 있었던 원인으로 평가된다.

한편 공화당으로서는 양원을 모두 장악한 게 오바마 대통령의 잔여 임기 기간 정국 주도권을 쥐며 다음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당장 선거가 끝나면 ‘레임덕 세션(권력누수)’에 2015회계연도 예산안과 국방수권법안 처리 등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선거 직후 이민개혁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 확실시돼 이로 인해 극한 대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울러 2년 뒤 대통령 및 상·하의원 선거 때는 정권 교체를 통한 백악관 탈환과 함께 상·하원 다수당을 수성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강경파와 열린 정당을 지향하는 정통파가 대립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공산도 얼마든지 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