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우울할 땐 슬픈 음악 들으세요"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05 15:19 수정일 2014-11-05 18:56 발행일 2014-11-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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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자유대 우울증 환자 대상 연구
밝은 음악보다 부정적 감정 조절 돼 정신적 힐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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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해 전인가 빛을 버리고 어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네’ 서태지 ‘슬픈 아픔’이라는 가사의 첫 구절이다. 

인생엔 수많은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 

한순간에 로또나 사업성공으로 대박 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취업에 실패한 취업 재수생,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에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기쁨에 취해 ‘흔들흔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슬픔에 취해 ‘비틀비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대체로 외로움이나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은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밝은 노래를 듣는다. 밝은 가사가 현실에 지친 자신을 위로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대부분의 노래는 온갖 즐거운 판타지로만 가득 차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거짓된 밝음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감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따로 있다. 밝거나 즐거운 음악보다는 슬픈 음악을 듣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4일(현지시간) 베를린자유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베토벤이나 라디오헤드와 같은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픔 보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커지기 때문에 정신적인 ‘힐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유럽, 미국, 아시아, 남미 등 세계 전역에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72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밝은 음악과 슬픈 음악을 동시에 들려주고 우울증 정도, 감정 조절, 공감 능력 등 종합적인 심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우울한 음악을 들었을 때 밝은 음악을 들었을 때보다 부정적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국가별로 약간은 다른 결과도 나왔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슬픈 음악을 듣고 노스탤지어(지난 시절을 그리워 하는 감정)를 가장 많이 느꼈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평화로운 감정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다.

다음은 연구팀이 발표한 우울증 처방을 위한 4가지 음악이다.

◇ 베토벤, ‘월광 소나타’

베토벤이 연모하던 여인에게 헌정한 곡으로 차분하면서도 평화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베토벤은 이 곡에 대해 “달빛이 비치는 루체른 호수 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가 연상된다”고 평한 바 있다.

◇ 브람스, ‘교향곡 4번’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인생의 고독함과 쓸쓸함과 서정적인 슬픔을 표현해낸 곡이다. 장조로 끝을 맺던 브람스 시대의 대부분의 곡들과 달리 끝까지 우울한 단조로 일관하고 있다.

◇ 새뮤얼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명상에 잠긴 듯한 서정적 주제를 현악 오케스트라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웅장한 음색으로 담아낸 음악. 연주가 느린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안함을 줄 수 있고 자장가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 라디오헤드, ‘노 서프라이즈(No Surpirse)’

우울한 가사와 몽환적인 멜로디로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아픔을 공감해주고 있다. 2002년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에 삽입되기도 했던 유명한 곡이다.

연구를 주도한 닐라 타루피 박사는 “우울한 음악을 들을 땐 노스탤지어, 평화로운 안정감 등 우울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최소 3가지 이상의 감정들이 교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밝은 음악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