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억 달러 벌금…잇단 악재에 '첩첩산중'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11-04 17:11 수정일 2014-11-04 17:11 발행일 2014-11-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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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3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의 ‘연비과장’ 논란과 관련해 1억 달러(한화 1073억6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다. 이 같은 벌금은 연비 과대 표시 관련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또 온실가스 규제 차원에서 적립한 온실가스크레디트 중에서 2억 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475만점을 미국 환경청과 법무부에 의해 삭감당했다.

온실가스 크레디트는 미국에서 제조사별로 산정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제도다. 각 기업에 할당된 규제 목표를 제조사가 초과 달성하면 그에 따른 크레디트를 제조사에 부여하고, 목표에 미달하면 과거에 획득한 크레디트를 차감하는 식이다.

미 환경청은 현대·기아차가 2012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 쇼룸에서 보는 윈도우 스티커에 연비를 과장 표기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조사를 벌여왔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2011~2013년 모델 가운데 약 25%인 120만대 가량의 자사 자동차 연비가 과장되게 표시됐다고 환경청에 시인했다. 여기에는 싼타페, 벨로스터, 엑센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포함돼 있으며 기아차는 리오와 쏘울의 연비를 과대 표시했다고 인정했다.

현대·기아차는 미 환경청의 조치와는 별도로 2012년 소비자들이 연비 조작 논란과 관련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소비자들에게 총 3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 환경청과의 이번 합의로, 미국 내에서 연비 논란과 관련한 행정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크레디트 차감은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이미 충분한 크레디트를 확보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연비 과장 논란은 국내에서도 불거졌다. 현대차는 올해 8월 싼타페에 대해 연비 과장 논란이 일자 자발적 보상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해당 차종 약 14만대의 소유주에 대해 40만원씩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싼타페 연비 보상에 소요되는 금액은 약 5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의 또 다른 악재는 이달 7일 예정된 통상임금 관련 1심 선고다. 현대차 노조원 23명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현대차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소급분을 지급하라는 대표 소송을 냈다.

현대차측은 “근로자들에게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에 근무일이 15일 미만이면 주지 않고 있어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돼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줘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 포인트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