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아픔 딛고…美 세계무역센터 13년만에 재개장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04 15:15 수정일 2014-11-17 18:32 발행일 2014-11-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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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층 541m 높이…美 최고층 건물로
뉴욕타임즈 등 "미국의 자유와 회복을 상징하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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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신(新) 세계무역센터 ‘원월드트레이드센터(OWTC·사진)’가 문을 열었다. OWTC는 1776피트(541미터) 높이의 104층짜리 새 무역센터 건물이다. (AP=연합)<br>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뉴욕 맨해튼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화창했다.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했다. 두 대의 대형 여객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에 충돌한 것이다. 거대한 쌍둥이 빌딩은 화염에 휩싸였다. 거짓말처럼 100여 층의 빌딩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렇게 뉴욕의 자존심은 한시간만에 무너졌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 도시는 하루아침에 통곡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혼란 속에 빠졌다. 13년하고도 1개월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난 9·11 사태는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의 삶과 마음 속 그늘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은 굽혀왔던 자존심을 펼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게 됐다.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신(新) 세계무역센터 ‘원월드트레이드센터(OWTC·사진)’가 문을 열 며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OWTC는 1776피트(541미터) 높이의 104층짜리 새 무역센터 건물이다. 뉴욕 타임스 등 주요외신은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해인 1776년을 기념하는 1,776피트의 높이를 자랑한다”며 “미국의 자유와 회복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물(Freedom Tower)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빌딩이 세워진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 지역은 뉴욕 경제의 중심으로 월스트리트, 뉴욕 증권거래소 등이 위치하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 붕괴 뒤 타임스퀘어로 이전했던 회사들은 2015년까지 OWTC로 돌아갈 예정이다. 세계적 여성 패션지 보그 발행사 ‘콘데 나스트’는 이날 건물 104층으로 들어선 첫 입주자가 됐다. 콘데 나스트 직원 170명 정도는 먼저 OWTC로 사무실을 이전했고 앞으로 회사 내 34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건물 내 다섯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건물의 60% 정도가 임대완료된 상태고 광고회사 키즈 크리에이티브, BMB그룹 투자고문 등이 건물에 들어선다.

로어 맨해튼 지역은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라 불릴 만큼 황폐했다. 그러나 OWTC덕분에 뉴욕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들의 길잡이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인근 뉴욕 항만에서 맨해튼으로 접근하는 선박들도 강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 덕분에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테러의 상흔은 남아있지만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무역센터는 과거의 아픔과 미래의 희망을 동시에 간직하는 애증(愛憎)의 장소가 됐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뉴욕 시민들의 꼿꼿한 자생력을 상징한다”며 “언제나 강인함과 용기가

나약함과 비겁함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뉴욕 시민들로 대변되는 미국의 정신은 영원히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