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을수록 치매로 사망할 위험 높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04 15:12 수정일 2014-11-04 19:12 발행일 2014-11-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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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UCL 연구팀 22만명 대상 조사<BR>165cm 이하 남성 172cm보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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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키가 약 165cm 이하, 여성의 키가 약 154.9㎝ 이하면 치매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50%, 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AFP)

키가 작은 사람은 치매로 인해 사망할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영국 에딘버러대와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남성은 키가 5피트 5인치(약 165cm) 이하, 여성은 5피트1인치(약 154.9㎝) 이하인 사람들이 치매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영국에선 다양한 치매 관련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키의 차이가 치매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G8의 치매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치매 연구 비용이 암 연구 비용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 15년간 시장에 나온 치매 치료제는 3종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위해 적극 투자하고 연구 성과를 신속히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22만 명을 대상으로 약 10년에 걸쳐 대규모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항목은 설문 참가자들의 사회경제적 위치, 진료 기록, 키 정보 등을 포함한 18개 항목이었다.

조사결과 남성의 경우 키가 약 165㎝ 이하인 사람은 172.7㎝ 이상인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종류의 치매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50% 높았다. 여성의 경우엔 남성보다 위험률이 높진 않았다. 키가 약 156㎝ 이하인 사람이 약 165㎝ 이상인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사망 위험률이 35% 높았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키 차이가 남녀 각각 2.8인치(7.3cm), 2.6인치(6.8cm) 씩 날 때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률도 24%, 13%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유아기 때의 라이프 스타일과 환경 요인이 치매와 연관관계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런던대의 데이비드 배티 박사는 “키가 작아지는 원인인 어린 시절의 질환이나 역경, 부족한 영양분 섭취와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치매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성장 호르몬 수준이 뇌의 해마(대뇌 피질 속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 발달과 어떠한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부모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에딘버러대의 톰 루스 박사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키가 클 수 있는 환경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조찬 클럽(영국에서 학교에 일찍 도착하는 아이들을 위해 제공하는 아침 식사 서비스), 육아 계획 등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이번 연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일어나고 있다. 엑시터 의과대 팀 프레일링 박사는 “60~80년 전 태어났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 이번 연구를 정설로 믿어선 안된다”며 “과거엔 빈부격차가 더욱 컸기 때문에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