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모두 패전·원전사고 책임 회피"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03 16:09 수정일 2014-11-04 09:34 발행일 2014-11-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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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AFP=연합)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5·사진)가 일본 사회의 ‘자기 책임 회피’ 경향을 꼬집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3일 일본이 내년 전후(戰後) 70년을 맞는 것과 관련 “일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책임 회피 성향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루키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45년 종전(패전)과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서 누구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그는 “예를 들어 종전 후 결국 아무도 잘못이 없는 것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인들 대부분이 “잘못한 것은 군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이며 일왕과 국민 모두 이용당했기 때문에 지독한 일을 겪게 된 것이라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하루키는 일본인 스스로가 가해자일 수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의견은 현재 전혀 나오지 않으며 또 이런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문제에 관해서도 누가 가해자인지 진지하게 추궁하지 않았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할 수도 있지만 이 상태로라면 ‘지진과 쓰나미’가 최대 가해자이고 나머지 모두가 피해자였다는 식으로 무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루키는 자신이 살았던 1960년대 중반 세대는 세상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이상주의를 지니고 살았던 세대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현 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세상이 점점 타락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하루키가 “1960년대에 지니고 있던 이상주의를 새로운 형태로 변환해 넘겨주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며 “이를 성명(聲命)으로는 전하기 어려우므로 가설의 축으로 제공하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하루키는 자신이 일본의 문예 체제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1990년대 초반 미국으로 떠나 독자를 개척하는 등 서구 사회의 문을 두드렸다고 회고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