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영국 독자노선 계속땐 EU 탈퇴 안 말린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03 16:03 수정일 2014-11-03 19:51 발행일 2014-11-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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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 노동자 이주 막으려는 캐머런 영국 총리 법안 행보에 경고
메르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 회담에 참석한 가운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

“굿바이, 영국!(Auf Wiedersehen, Brits!)”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처음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을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영국이 유럽연합(EU) 이주민들의 이민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계속 보인다면 차라리 영국의 유럽 탈퇴를 권고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입장은 최근 영국의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 시도, EU 추가 분담금 지불 반대 등 영국에서의 반 EU 정서 확산도 계기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유럽연합(EU)의 합의 사항을 급작스럽게 바꾸면 곤란하다. 독일은 영국과 반대로 EU의 핵심 원칙인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국 내 비숙련 해외 노동자 문제를 극복하고자 이민자들이 영국에 자유롭게 정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구상 중이다. 법안은 영국으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 3개월 내에 직업을 찾지 못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힘이 없으면 외국으로 강제 추방시킨 다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EU 국가들 간에 검문검색 폐지, 여권검사 면제 등 인적교류를 위한 국경철폐를 선언한 국제조약인 ‘센겐조약’과 대치되는 법안이다.

영국 보수당 출신 케네스 클라크 전 법무부장관도 메르켈 총리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클라크 장관은 2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EU가 미국과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단일 시장권을 형성하기 위해선 노동 시장의 자유로운 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 제한 문제 외에도 영국의 EU 추가 분담금 지불 반대,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 시도 등 영국 내 반 EU 정서 확산도 메르켈 총리가 영국 탈퇴를 언급한 계기로 보인다. 슈피겔은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 추가 분담금 21억 유로(2조 8000억) 지불을 반대한 것도 영국 퇴출 카드가 나오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이날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추진한 영국의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 문제도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다수 유럽 국가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한편으론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독일과 영국이 EU 내 입지 강화와 국익 증진을 위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인들이 이성적이라면 EU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탈퇴하면 영국과 나머지 모든 유럽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