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포프 모빌’ 앞세워 유럽 판매량 상승 중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0-31 17:52 수정일 2014-10-31 17:52 발행일 2014-10-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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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7월 국내에 단 5대가 판매되면서 월별 최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자동차가 있다. 전년도 판매량은 고작 649대다. 당시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380만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0.016%의 먼지 같은 존재였다.

비운의 주인공은 바로 현대자동차의 ‘라비타’다. 최근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한 아반떼의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해치백 스타일의 5인승 레저용 차량이다. 국내 ‘MPV’(다목적 차)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2001년 첫 생산 된지 5년만인 2006년 단종되는 아픔을 겪었다.

라비타는 출시 첫해 1만381대가 팔려 나가면서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큰 키에 당시로썬 정체(?)을 알 수 없는 디자인 덕에 판매량은 급감했다. 중고차 업계의 한 딜러는 “라비타는 중고차 가격도 형편없어 소유주들은 웃지도 울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매트릭스라는 수출명으로 해외 시장에서 팔린 라비타는 국내 단종 이후에도 유럽에서만 한해 5만여대 가까이 팔리면서 뜻하지 않게 유럽 전략 차종으로 자리매김 한다. 큰 키와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에게 제대로 어필 된 것이다.

2008년 3월 개막된 ‘스위스 제네바 국제오토쇼’에선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신형 라비타가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아자동차의 ‘쏘울’도 국내보단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차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계속 늘어 지난해 7만여대가 팔려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포프 모빌’(교황의 차)로 사용되면서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라비타와 쏘울이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다 뜻하지 않게 유럽 전략 차종으로 역할을 변경한 차라면 기아자동차 씨드는 애초부터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차다. 생산과 판매 모두 유럽에서 이뤄진다. 유럽 시장에서의 반응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폭스바겐의 골프나 미니(MINI)의 미니보다 상품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라비타와 같은 해치백 스타일이다. 그 덕에 세단과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을 혼합한 차를 싫어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감안해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세련된 디자인의 해치백 차량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세단 아니면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차량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올해 초 6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이 장착된 씨드 GT 모델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씨드는 상반기에만 유럽 시장에서 모두 3만2826대가 팔려나갔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