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 내수용·수출용 이름표 왜 바꿀까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10-31 17:47 수정일 2014-11-01 11:19 발행일 2014-10-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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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라
현대차의 중국 수출용 모델 ‘미스트라(중국명:밍투)’

해외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은 차량의 품질은 물론 자동차의 이름(모델명)을 붙이는데도 무척 신경을 쓴다.

현대자동차 국내 모델인 ‘i40’의 중국 수출용 이름은 ‘미스트라(중국명:밍투)’, ‘엑센트’는 러시아에서 ‘솔라리스’로 불린다.

기아차는 중국 현지모델인 소형차 ‘K2’를 제외하고는 ‘K시리즈’를 해외에선 버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31일 “국내에선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기아 브랜드를 표시해주는 ‘K+숫자’ 네이밍 방식을 택했다”며 “해외 시장에선 브랜드보다 차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내수용과 수출용 모델의 이름을 따로 만드는 경우는 유독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지금은 단종 됐지만 현대차 ‘투스카니’도 남미에서는 현지 욕설과 비슷한 발음이어서 ‘쿠페’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쌍용자동차 ‘무쏘’는 스페인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돼 ‘코란도’로 수출됐고, 기아자동차의 ‘카니발’도 인육을 먹는 식인 풍습을 의미하는 카니발리즘을 연상할 수 있어 수출명은 ‘세도나’가 됐다.

미국 시장에서 그랜저는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편한 ‘아제라’라는 수출명을 택했다.

i10
현대차의 유럽 및 인도 수출용 모델 ‘i10’

한편 2010년 7월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현대차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이름을 쓴다’는 원칙을 세웠었다.

4년 전 현대차가 주도해 내수명과 수출명을 통일하면서 브랜드 가치 향상에 주력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다시 바꿨다. 판매 지역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호감이 가는 이름이 시장을 파고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는 작명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며 “전 세계 시장에서 현지인들이 좋아할 수출명을 짓기 위해 늘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