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다국적 은행들, 초대형 감원 '10년 전쟁' 시작됐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26 18:15 수정일 2014-10-26 20:03 발행일 2014-10-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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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줄이고 모바일·인터넷 뱅킹 주력
로이드, 3년간 9000명 대폭 감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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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뱅킹그룹, HSBC 등 세계적인 초대형 은행들이 디지털 혁명으로 변화되고 있는 산업 추세에 발 맞춰 인력 감축 규모를 늘리고 있다. 디지털 뱅킹이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포함한 지점 운영비보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로이드뱅킹그룹(이하 로이드)이 향후 3년 동안 은행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9000여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은행 지점과 콜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해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자산기준 세계 5위 은행인 영국의 바클레이즈도 지난해 거래자들이 한 달에 실제 은행지점을 이용하는 수보다 모바일 서비스를 18배 더 많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1700여 명의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다국적 금융그룹 HSBC은행 역시 디지털화로 변화되고 있는 산업 변화에 맞춰 나라별 평균 약 20억 파운드(약 3조원) 규모의 지점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각국 현지 법인에 요구하고 있다. 신문은 전 세계적인 은행 산업의 향후 10년간 인원 감축 규모가 지난 200년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드의 안토니오 오르타 오소리오 회장은 최근 은행 산업에 기술 진보를 포용하는 3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약 9000명 인력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비용 대비 효율적인 디지털 혁명을 은행 산업에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국은행연합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하루 약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으로 이뤄지고 있다. 1만5000명 이상의 거래자들이 하루에 은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영업지점은 영국 내에만 2359개에 달한다.

바클레이즈도 마찬가지다. 바클레이즈는 현재 각 지점에서조차 텔러들이 거래자들의 수표 거래, 환전, 대출 등의 업무를 아이패드 등 태블릿 기기를 활용하며 상담해주고 있다. 또 바클레이즈는 인원을 감축하거나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면서 은행 성과가 자사 직원들이 아닌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앤서니 잰킨스 회장은 인원감축 발표에 앞서 “은행 매출이 32% 늘었지만 직원들의 보너스가 10% 올라가 실제로 은행 수익이 크게 나지 않고 있으며 심할 경우는 재정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며 “디지털 혁명을 받아들여 근로자들의 혜택을 줄이고 주주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HSBC은행도 디지털 혁명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규제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HSBC은행의 드골라스 플린트 회장은 “나라별 법인들이 평균 20억 파운드를 절약하면서 영업의 중심축을 실제 은행 영업점에서 모바일과 인터넷 위주로 결정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국적 회계법인 KPMG의 빌 마이클 금융서비스 팀장도 이와 관련해 “전 세계 은행들의 생존 구호가 ‘디지털화냐 죽느냐’로 압축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다이너소어 인프라스트럭처(dinosaur infrastructure)’라고 하는데 디지털로 인한 근본적인 하부구조의 거대 변화가 은행 산업 전체를 바꾸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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