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 '케타민' 조울증 치료에도 효과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23 15:31 수정일 2014-10-23 17:41 발행일 2014-10-24 25면
인쇄아이콘
그동안 마취제 용도로만 사용돼왔던 ‘케타민(Ketamine)’이 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가디언리버티보이스’는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케타민을 주입한 환자들이 조증과 우울증을 동시에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케타민이 정신적 질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울증은 기분 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조울증을 가진 환자들은 때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말로는 ‘양극성장애’라고도 한다.

보도에 따르면 NIH의 카를로스 자라테 박사의 연구팀은 36명의 조울증의 증세가 있는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연구했다. 한 그룹에겐 정맥주사로 케타민을 투여하고 다른 그룹에겐 위약(Placebo)을 투여했다. 2주에 걸쳐 실제 케타민이 효능이 있는지 시험했다.

시험 결과 조증을 보이던 환자들은 케타민 주사가 투입되자 40분도 되지 않아서 쾌락이 진정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 대부분의 환자들은 2주 동안 지속적인 진정효과를 보였다. NIH 연구팀은 “통상적으로 즐거운 활동이나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쾌락 불감증(Anhedonia)’과 유사한 증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증상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울함에 빠져있던 환자들 역시도 투여 후 2시간 내로 증세가 호전되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아무런 호전 증상도 보이질 않았다.

연구팀은 케타민을 주입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의 일부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로 찍기도 했다. 촬영 결과 케타민이 주입된 환자들은 도파민 등 뇌 속의 신경 화학 물질 수준이 일반인 수준과 같았다.

연구를 주도한 자라테 박사는 “아직까지 조울증을 치료할 만한 약이 시중에 공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연구로 인해 케타민이 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실마리는 얻었다. 추가 연구를 하면 앞으로 시중에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