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비었는데 코너링은 환상적…10년 뒤 우리도 탄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0-23 16:24 수정일 2014-10-23 19:12 발행일 2014-10-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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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업계 자율운행자동차 기술 경쟁<BR>고령운전자 시대 '안전한 차' 전쟁

시속 200㎞의 속도로 흰색 스포츠카가 한적한 터널을 질주한다. 운전석에는 며칠밤을 샌 스프너 형사가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순간, 많은 로봇을 실은 거대한 트럭들이 그를 에워싼다. 스프너 형사는 감았던 눈을 뜨고 계기판 하단에 마련된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숨겨져 있던 운전대가 돌출된다. 스프너는 미소를 날린다. 2035년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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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운행자동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10년 내에 스스로 운전하는 차를 시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로 자율운행 기술을 꼽는다. 그동안은 주행 성능 개발에 치우쳤지만 친환경차와 더불어 운전자와 탑승객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기술 개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이다.

게다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진 고령 운전자 문제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줄고 있지만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09년 1만1988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7590건으로 늘었다. 안전한 차 만들기가 숙제가 된 셈이다.

눈에 띄는 건 일본 마쯔다다. 지난 11일 폐막한 도쿄국제통신박람회(씨테크 재팬)에 최초로 자율주행차를 공개한 마쯔다는 운전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는 차량 상태 센싱 기술을 선보였다. 초정밀 GPS 기술을 이용해 노면 상태와 코너 진입시 안전 속도와 각도를 파악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기술도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GPS를 통해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차 만들기에만 열을 올렸다면 마쯔다는 자동차 궁극의 목적인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는 차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씨테크 재팬에서 자율운행차 기술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닛산도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아우디는 최근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도 시속 240㎞의 속도로 서킷을 주행할 수 있는 ‘RS7’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도심과 시외에서 자율운행이 가능한 S클래스를 공개했다. 벤츠는 이미 1994년 파리 고속도로 1000㎞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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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지난 1일부터 개최한 제12회 미래자동차기술공모전 본선대회 장면. (현대차 제공)
◇ 한발 늦은 현대차, 내년 자율운행차 주행 시험

반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에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충돌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장착하는 등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일본과 독일 업체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상태다. 현대차는 내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자율운행차 주행 시험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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