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공포, 국내 증시 어떤 영향 미칠까?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10-20 15:31 수정일 2014-10-20 20:37 발행일 2014-10-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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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주 등 급등… 항공·관광주는 타격

전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와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사율이 90%에 달하고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데다 검증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장 중 460포인트나 빠지는 등 패닉상태를 나타냈다. 주요 원인은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경제지표 부진이었다. 하지만 이날 세 번째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항공사 주식이 급락세를 나타내는 등 이미 에볼라는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조기 차단되지 않고 주변국으로 퍼진다면 경제적 피해 규모가 연말까지 7조8800억원, 내년 말까지 34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도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는 ‘침투’해 있다. 에볼라 수혜주로 언급된 종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이노비아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약품이 미국 제약전문지가 선정한 ‘에볼라를 멈출 수 있는 10개의 약’ 후보로 선정되면서 에볼라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로 지목받고 있다.

9월 말 종가 1155원이었던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17일 3015원으로 161%나 불어났다. 한국거래소는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해 진원생명과학의 거래를 20일 하루 정지시켰다. 바이오니아와 백광산업, 크린앤사이언스 등도 에볼라 수혜주로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콘돔을 생산하는 유니더스도 에볼라 수혜주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에볼라 바이러스의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사스나 신종플루에 비해 확산 속도가 느린데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증시는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곧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것.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SARS) 및 신종플루 충격은 증시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실물 경기 측면에서도 충격은 미미했다”며 “에볼라 바이러스도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증시에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증시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사스나 신종플루에 비해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글로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감염자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관련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아직 환자가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환자가 발생한다면 증시에 에볼라 공포는 더욱 강력하게 반영될 것”이라며 “지수는 빠질 만큼 빠진 상태라 더 떨어지긴 어려워도 항공운송, 호텔·레저업종이 타격을 크게 받는 등 업종별로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