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 증권사들…지금은 짝짓기 계절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0-16 16:26 수정일 2014-10-16 18:16 발행일 2014-10-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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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NH농협증권 합병 이어 메리츠, 아이엠투자증권 인수<BR>M&A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

최근 증권사가 생존의 위기에 몰리자 M&A(인수합병)로 강도 높은 변화를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5일 메리츠종금증권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1조868억원을 확보, 단숨에 업계 10위로 올라서며 대형증권사에 합류했다. 또 NH농협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을 마무리하면 업계 1위로 오르게 된다.

증권사의 M&A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다. 증권업의 역사는 곧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발전과정에는 수많은 M&A거래가 있었다.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대우증권도 M&A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있다. 업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인수 후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신한금융투자 모태는 효성증권으로 그 후 쌍용그룹에 넘어가 쌍용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굿모닝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됐다. 신한지주의 자회사였던 신한증권과 합병하면서 굿모닝신한증권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있다. 또 대우증권은 동양증권을 전신으로 대우실업 계열사로 편입된 후 삼호증권을 흡수 합병했다. NH농협증권과 합병할 우리투자증권 역시 여러 증권사가 합병한 증권사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를 살펴보면 중·소형사 증권사간 합병을 중심으로 대형화가 이뤄졌다. 증권업계의 M&A가 빈번한 것은 대형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증권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면서 단기간에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증권사를 인수해 시장에 진출하면 사업영역 확대뿐만 아니라 모회사 또는 그룹 금전적 자산의 효율적 운영, 계열사 등의 원활한 자금 조달, 리테일 고객 기반 공유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증권사의 M&A 역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대형 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사간 M&A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잠재적 M&A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증권사로는 현대증권, 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와있다. 현재 현대증권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와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중국의 푸싱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여해 있다. 또 매물로 나와있는 대우증권에 대해서는 KB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간 자발적 M&A는 힘들어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동일한 업무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에 따른 효과를 내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산업의 자생적 구조재편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증권사 대주주들의 강한 지배구조와 금융당국의 정책적 한계, 동일한 사업모델하에서의 합병 시너지 부재가  다른 산업 자본을 끌어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