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의 불평등 심화...세계 하위권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0-15 19:04 수정일 2014-10-23 18:49 발행일 2014-10-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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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의 불평등 정도가 세계 하위권 수준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14일(현지시간) 공개한 ‘2014 글로벌 자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세계 백만장자 순위에서 선진국을 제외한 아태지역들 중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도달했지만 부의 불평등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상위 10% 인구가 전체 가계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 높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준은 전체 불평등 단계 4단계중 3번째에 해당하는 단계다.

‘2014 글로벌 자산보고서’는 크레디스위스은행이 전 세계 부의 흐름을 분석해 해마다 발표하는 보고서로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과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주택, 자동차 등의 소비재를 제외한 순자산 기준 100만 달러(약 10억6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백만장자) 숫자가 7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는 25만1000명이었지만 올해 33만3000명으로 32.7%나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상승세는 2008년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순자산이 5000만 달러(약 532억원)이상인 ‘초고액순자산가’는 지난 1년 동안 지난해 1210명에서 올해 1900명으로 57%나 늘어났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12만8200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상위 10%가 전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에는 53.2%, 2007년에는 55.2%를 보였으며 올해는 62.8%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중산층 부의 수준은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으나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부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나라별 부의 불평등 지수를 측정했다. 국가 별 상위 10%의 자산이 자국 자산 총액의 70%를 넘는 ‘불평등 수치 최고’부터 60%를 넘는 ‘높음’, 50%를 넘는 ‘중간’, 50% 미만인 ‘불평등 수치 양호’ 총 네 등급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부의 불평등이 ‘높은 국가’로 규정됐다. 중국,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상위 10% 인구가 자국 내 총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인당 자산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국내 자산불균형 현상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최상위 부유층 1% 인구가 세계 자산의 절반가량(48%)을 소유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위 50% 인구가 소유한 자산 총액은 세계 자산의 1%에 불과해 부의 불평등 현상이 세계적으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부자 85명이 전 세계 빈곤층 35억명의 재산 총액 수준에 맞먹는 자산을 독점한다는 구호단체 옥스팜의 기존 보고서와 함께 빈부격차 심화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7만7000달러(약 8220만원)만 있어도 세계 상위 10%에 속하고 79만8000달러(약 8억5000만원)를 보유하면 세계 상위 1%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