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금기 깨지나…동성애·이혼 포용 논의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14 18:02 수정일 2014-10-14 18:54 발행일 2014-10-15 25면
인쇄아이콘
예비보고서 공개 "동성애자, 이혼자 환대해야"<BR>보수파 반발 커 난항 예상
교황사진
프란치스코 교황(AP=연합)

가톨릭교회가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예비보고서를 공개했다. 일부 가톨릭 주교들은 이번 사안이 교회의 보수적인 면을 완전 탈피하며 ‘시대에의 적응’을 기치로 내세웠던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와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12쪽 분량의 예비보고서에서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교리는 유지하되 동성애자에게도 ‘은사(gift)’가 있으며 이들 사이에 희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돕는 사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세속적 결혼과 동거의 긍정적 면모를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임에 대해서도 신자 상당수가 교회의 금지방침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자들의 유화적 입장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이번 회의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혼 및 재혼 신자의 영성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주교들의 의견이 갈렸다면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신문은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면서도 가톨릭 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는 첫 신호라고 분석했다.

AP도 이날 “결혼과 이혼, 동성애, 피임과 같은 중대 사안들에 대한 이번 보고서의 어조는 거의 혁명적 수용”이라며 “동성애를 2000년간 죄악시해온 가톨릭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보고서에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면서 교황이 주교 시노드 지도부에 보수인사들이 선출되자 지난 10일 6명의 진보파를 긴급 투입했다고 전했다.

주교들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논의한 뒤 19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 내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두 번째 주교 시노드까지 논의는 계속되지만 최종 결정은 교황이 내리게 된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동성애 단체는 물론 교계 안팎에서도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미국의 최대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가톨릭의 지진 같은 입장 변화이자 어둠 속의 광명”이라며 환영했다.

일부 주교들은 이번 사안이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후속조치였던 전례 개혁, 미사 중 모국어 사용,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대화 등과 연장 선상에 있다며 지지했다.

반면 가톨릭 내 보수파는 보고서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파 대표격인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상당수 주교들이 (이번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대주교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 역시 “보고서는 단순히 초안일 뿐이며 최종 결론까지는 논의할 것이 많다”고 전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