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또 악재…안 풀리는 삼성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0-13 16:48 수정일 2014-10-13 19:39 발행일 2014-10-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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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병석·삼성전자 어닝쇼크·이부진 사장 이혼소송<BR>12월 정기인사서 묘수 찾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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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연합)

삼성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경영악화에 이어 최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소송까지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직전분기보다 3조원가량 하락한 4조1000억원의 예상영업익을 발표하자 그룹 내 분위기는 현재까지도 침울하다. 삼성전자가 6일 평택에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공장을 짓고, 이건희 회장이 휠체어에 오를 수 있다고 발표하며 나아지는 듯 했으나 11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조정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또다시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 이건희 회장 5개월째 병석... 자택치료 위해 한남동 집에 엘리베이터 설치

재계에서는 삼성의 가장 큰 문제를 ‘리더십의 부재’라고 입을 모은다. 창업주 이병철,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지는 카리스마 경영, 이른바 ‘황제경영’이 무너짐에 따라 그룹 전체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일고 있다. 삼성은 “시스템 경영이 자리잡았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장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충격)과 주가하락을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은 5월 10일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인근 순천향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다음날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텐트시술을 받았다. 이후 이달 13일까지 156일간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채 입원 중이다. 간혹 움직임이 좋아졌다거나 몇 시간씩 눈을 뜬다, 최근에는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앉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현재까지의 의식을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 어닝쇼크, 다른 계열사로 번질 가능성 제기

이건희 회장의 부재는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3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의 둔화와 중국 저가공세에 밀려 1년 만에 영업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기존 주력사업들에 다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다른 계열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실적하락은 그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들과 협력업체들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자계열사들은 중국 휴대폰 부품 공급, 미국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 진출 등 자구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이부진 사장 이혼, 호텔신라 주가 하락

11일 오전 깜짝 공개된 이부진 사장의 이혼 소식은 하루 종일 세간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15년 전 재벌가 딸과 평범한 사원의 러브스토리로 크게 주목받았던 부부인만큼 이혼에 대한 충격은 남달랐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병환과 그룹 전체의 위기상황에서 불거져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했다.

이혼 소식은 당장 호텔신라의 주가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0월 초반 12만1000원대였던 호텔신라 주가는 이 사장이 이혼조정신청을 낸 8일부터 하락 조짐을 보이다 현재는 9만9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또한 이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향후 행선지까지 추측이 나돌며 이들 부부와 관련된 계열사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이다.

◇ 12월 정기인사, ‘파격 혹은 안정’ 선택에 그룹 운명 갈린다

각종 악재들이 겹치며 삼성그룹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는 ‘파격과 안정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 재계의 시선을 엇갈린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는 전체 임원 승진자 475명 가운데 48%가 삼성전자에서 배출됐으나 올해 연이은 어닝쇼크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비중은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내년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첫 해인 만큼 조직 쇄신의 폭은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 임원진의 조기퇴임과 계열사 이동이 늘어나고, 젊은 인력들이 대거 능력을 인정받아 전체적인 인사 폭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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