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주민 47% "조건부로 분리독립 반대"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0-06 17:52 수정일 2014-10-06 17:57 발행일 2014-10-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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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지 여론조사, '중앙정부 권력 이양땐 스페인 일부로 남겠다' 가장 많이 선택
스페인 헌법재판소, 주민투표 위헌제청 접수…당분간 투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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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이 지난 달 11일 카탈루냐 국경일을 맞아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의 한 거리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AFP=연합)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한달여 앞두고 주민들은 주 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다면 분리 독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부 분리 독립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지 일간지 엘파이스는 5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주민 여론조사 결과 주민의 47%가 중앙정부로부터 권력을 대폭 이양받는다면 스페인의 일부로 남아있는데 동의한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주민의 29%만이 완전한 독립을 주장했고 16%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했다.

스페인 여론조사기관 메트로스코피아는 주민의 45%가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가 헌법을 존중하면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주민의 23%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주민투표를 강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5%는 분리 독립을 찬성하지만 독립투표의 위헌 여부가 판가름날 때까지 투표를 보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시행 법률안에 서명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바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중앙정부의 위헌심판제청을 접수한 상태로 당분간 주민투표는 보류된다.

메트로스코피아에 따르면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중앙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세부터 1715년 펠리페 5세가 카탈루냐를 정복해 스페인 군주국에 통합시키기 전까지 지켜온 독립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중앙정부를 통해 다른 지방정부를 돕는 데 연간 지역내총생산(GRDP)의 9% (약 22조 7000억원) 가량이 유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12년 11월 초 남부 안달루시아가 중앙정부에 49억 유로(약 6조 9000억원)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 후 그 여파로 경제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어 재정적인 이유로도 분리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지난해 12월 카탈루냐 주정부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올해 11월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할 경우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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