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홍콩 '우산 혁명' 외곽으로 확산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01 17:43 수정일 2014-10-01 18:59 발행일 2014-10-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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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30일 폭우 속에 우산을 쓴 채 중국 당국의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의 반중 시위가 사흘째 계속된 가운데 시위대와 정부 간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국경절인 1일(현지시간) 섭씨 31도가 넘는 날씨에도 홍콩 까우룽(九龍)반도의 대표적 번화가인 침사추이(尖沙咀) 도로를 점거하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부르며 비폭력 시위를 전개했다.

중국 국경절 휴일을 맞아 시위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홍콩 도심에서 시작된 점거 시위가 까우룽반도 몽콕(旺角)까지 확대됐다.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는 시위 지역이 넓어지면서 시민 불편이 초래되자 정부청사가 있는 어드미럴티와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 3곳의 점거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시위 참가자들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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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홍콩 여성이 국경절인 1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평화시위'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블룸버그=연합뉴스

전날에도 시위대는 1일까지 자신들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할 것과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퇴진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HKFS)를 비롯한 시위주도 단체 2곳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의결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며 사흘째 도심 점거 시위에 나섰다.

홍콩전상학생연회의 알렉스 초우(周永康) 비서장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위를 도시 전체로 확대하거나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정부 청사를 점령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30일 정부청사 부근 도로를 중심으로 시위대들이 급격히 불어나 10만 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시위가 발생한 인근에선 21개 은행, 31개 지점이 휴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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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홍콩 시위 참가자가 지난달 30일 시위 도중 한 경찰관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경제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주식시장의 전반적 주가동향을 나타내는 항셍지수는 이날 시위 여파로 오후 1.28%로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인 행동이 중앙 정부의 결정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에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홍콩 당국이 지난 주말 시위대 해산 촉구를 위해 최루탄을 수십 차례 사용했지만 현재는 바리케이드 등을 사용해 폴리스 라인 쪽으로 시위대를 몰아놓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홍콩 당국에 시위 확대를 경고하는 강경 대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앙정부는 홍콩에서 법질서와 사회안녕을 깨뜨리는 위법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특구정부의 ‘의법처리’를 충분히 신뢰하며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GKONG-CHINA-POLITICS-DEMOCRACYYONHAPNO-1218(AFP)
수많은 우산들이 1일 홍콩 정부청사 근처에 '우산혁명'을 상징하듯 쌓여있다. '우산혁명'이란 홍콩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과 최루탄 가스를 막아내 붙은 이름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정부는 앞으로 대만과의 통일 관계도 고려해 이번 행정장관 선거안 철폐를 요구하는 홍콩사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홍콩과 대만에 대해 경제적 독립성을 인정해준다는 ‘일국양제’의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때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2∼3명의 후보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영국 등도 합세해 홍콩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에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 정부가 반박하는 등 외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외무부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시위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평화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홍콩의 사무는 중국의 내정에 속한 것이라면서 관련국에 간섭을 중단해달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