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입증할 한줄 명함부터 만들자"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10-01 17:25 수정일 2014-10-01 21:12 발행일 2014-10-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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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모작 지침서 '명함이 있는 노후'
"은퇴는 사전에서 가장 추악한 단어"

노년, 노후, 은퇴, 퇴직 후 나타나는 시련은 금전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 문제, 마음 다스리기, 건강 문제, 주거, 리스크 관리, 외로움, 웰다잉(Well-dying) 등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위기가 찾아온다.

준비 없는 노후는 재앙이다. 실제로 노후에 주어지는 40여년의 시간은 완주를 마친 마라토너에게 다시 한 번 바통을 쥐어 주는 것만큼 감당하기 힘든 시간일 수 있다.

지칠 때로 지친 선수를 다시 트랙에 올려놓아야 하는 시대. 인류가 한 번도 당도한 적 없는 장수 시대를 맞이해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묻는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답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가?

‘(30세부터 시작하는) 명함이 있는 노후’는 신한금융투자의 은퇴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현기 신한 NEO50 연구소장이 노년, 노후, 은퇴, 퇴직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26년간 신한금융투자에서 근무한 김 소장은 서적과 신문·잡지, 세미나 심포지엄 포럼 학술대회, 아카데미와 현장경험 등을 통해 은퇴를 연구해왔다. 자산관리 은퇴설계 세미나 강의를 1000여회 이상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장수시대를 맞아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Good)’라는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 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조들과는 다른 인생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 제목 ‘명함이 있는 노후’는 장수시대를 맞이해 ‘노후의 인생에서도 역할과 호칭이 중요하며, 직장과 소득이 없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의미 있게 표현해 명함을 만드는 것이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해준다’는 의미다.

역할과 호칭은 노후의 인생에서도 중요하다. 저자는 노후에 당신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를 내걸고 싶냐고 질문한다. 은퇴 이후 나를 증명해주는 작은 명함 한 장이 노후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노후에 직장과 소득이 없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의미 있게 표현하여 명함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은퇴를 ‘사전에 올라 있는 가장 추악한 단어’라고 지목하는 김 소장은 ‘은퇴’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을 50세 이후에 다시 한 번 꿈꿀 수 있다면 희망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권하고 싶은 용어가 ‘명함이 있는 노후’다. 노년에 직장이 없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의미 있게 표현해 명함을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가치 있고 아직 쓸모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한 줄’이 없을 때, 상상할 수 없이 무거운 상실과 자괴감이 그 사람을 짓누른다. 그만큼 명함은 사회에서 한 인간을 규정하고 표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름 앞에 어떤 간판도 내걸 수 없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무력함에 비례한다. 100세 시대의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으로 넘어서는 시점을 맞이하게 될 때 착륙을 준비해야 하는가, 또 한 번의 이륙을 준비할 것인가.

이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방향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은퇴 이후의 여유로운 삶을 위한 재무설계만을 다루지 않는다. 은퇴 이후 열정 넘치는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삶의 태도를 갖추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조언한다.

30~40년 일하다가 일찌감치 생을 마무리하던 시대는 갔다. 지금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은퇴 전만큼이나 길어진 은퇴 후의 인생을 가지게 됐다. 철저한 설계를 통해 빈틈 없는 중년기를 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자인 김 소장은 “장수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배우고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책 쓴 의도를 밝혔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