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머리 '청년' 詩 쓰며 인생을 돌아보다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09-21 19:22 수정일 2014-09-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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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함께 노년 준비하는 조홍래씨
신중년 세대(현 60~75세)의 전반적인 공통점은 은퇴를 했다는 점일 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으면 저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여유를 가져라'고 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부른다. '귀가 순해진다'는 말로, 공자는 60세에 이르러 어떤 말이든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순화해 들었다고 전해진다. 젊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리다가 60세가 되어서야 여유를 찾게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조홍래(60)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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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래씨는 시 창작 활동을 하며 은퇴 후의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자식을 결혼시켜 보내고 나니 '내가 늙었구나, 황혼기에 접어들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나와 가족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한 디자인 업체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아직 은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재테크 등 자금적인 부분에서의 준비가 아니다. 마음에 여유를 지니기 위한 노력이 조 씨의 노후 준비다. 시 창작 활동도 그 중 하나다.
젊었을 때부터 시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 쓰는 작업은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평소에 여러 가지 생각을 자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에 있는 시모임에서 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모임에서 잡지도 만들어내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기고를 하는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조씨 스스로 거절했다. 잡지에 계속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위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시 창작 활동 외에도 조씨는 다방면에서 젊게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이가 드니까 패션에 관심이 생기더라"며 "예전에 입었던 주름 잡힌 바지를 다 버리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일자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특히 캘빈클라인 등과 같은 2030 세대가 좋아하는 매장에서 옷을 사 입는다고 한다. 
이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미용실을 가기 시작한 것도 그의 인생에서 큰 변화다. 조씨는 최근에서야 평범한 커트 머리에서 살짝 곱슬 느낌의 머리스타일로 바꿨다.
담배를 끊고 헬스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째다. 조씨는 그간 해 왔던 골프를 접고 헬스 개인 트레이닝 강습(PT)을 2년 전부터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등산도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 것보다 산 주변을 산책하듯 걷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힘들여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고 이젠 조금씩 여유를 두고 살고자 합니다."
가족은 조씨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아내와 자식들, 어머니, 할머니까지… 또 그 전에는 동생 둘도 함께 살았는데 한 명씩 떠나더니 이제는 자신과 아내만 남게 됐다고 했다. 
"집에 있다 보면 참 고요하다가도 어색할 때가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저녁을 함께 먹을 때면 꼭 산책을 나가곤 한다. 날씨 좋은 날엔 집 근처 파스타 식당에 가거나 카페에서 독서를 즐긴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아내와 동네 카페에 가서 오전 내내 책을 읽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열정적으로 사는 데는 다른 것이 없는 듯하다. 조씨는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을 마쳤다.
글·사진=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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