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기차 택시' 타봤더니, 소음·매연 없고 연비 좋지만…1회 충전에 50분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09-15 21:03 수정일 2014-09-16 11:23 발행일 2014-09-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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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싸움 벌이는 운수업인데 급속충전 시설 38곳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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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전기차 'SM3 Z.E.' 택시 (사진=르노삼성 제공)

#지난 14일. 서울시가 이달 1일부터 내년 4월까지 시범 운영하는 전기차 택시를 탔다. 차량이 하늘색이라 자칫 서울택시가 아니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택시를 타고 시내를 달려보았는데 LPG차에 비해 소음이 적고 주행 시 편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를 정도다. 에어컨도 부족함 없이 시원하게 잘 나왔다. 소리와 진동만 없을 뿐 일반 택시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택시운기사들은 "24시간 급속충전 시설이 더 많이 늘어나야 시간 싸움을 벌이는 택시 운수업자들이 전기차 운영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서울시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 시설은 현재 마포구 공영주차장을 비롯해 총 38곳으로 전기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번 달 1일부터 내년 4월까지 8개월 동안 10대의 전기택시를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전기차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오로지 전기로만 주행한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를 오염시키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택시인 셈이다.

서울시 전기택시용 차량은 국내 유일의 세단형 전기차인 르노삼성차 SM3 ZE가 사용된다. 르노삼성은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시와 준중형 세단 SM3 전기택시 사업(MOU)을 체결했다.

전기택시가 시범 운행된 지 보름째에 접어들었다. 전기차 택시 운전자 김모(45·고려운수 소속)씨는 "일단 소음과 진동이 없어서 운전 시 스트레스가 적고 가스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다. 당초 계획대로 대기 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택시지만 일반 택시와 동일한 요금을 책정하고 있어 승객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기차 1회 충전(135㎞기준) 시 배터리 충전요금이 4000원 정도다. 동급 일반 택시가 40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연료 탱크를 채우는 데 평균 4만~5만원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금액"이라며 연비를 장점으로 꼽았다.

전기택시가 기존 택시에 비해 연비가 두 배 이상 좋기는 하지만 2600만원이라는 부담되는 차량 가격이 단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차량종류가 준중형급이라 승객이 4명 이상일 땐 실내가 상당히 좁다.

이 밖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배터리가 꽉 찼을 때를 기준으로 주행거리는 135㎞로 서울시 택시의 하루 주행거리가 평균 200~220㎞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한두 번은 충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 번 충전할 때 40~50분이 소요된다. 현재 서울시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 시설은 마포구 공영주차장을 비롯해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 지하와 공영주차장, 자동차서비스센터 등 서울 전역에 38곳이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