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카르페 디엠'··· 삶의 벼랑 끝 절규로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09-14 22:24 수정일 2014-09-14 22:24 발행일 2014-09-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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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 동시 부양 '낀 세대' 베이비부머
은퇴 후 막막한 노후에 하루 평균 6명 자살
US-ROBIN WILLIAMS HANDPRINTS
하늘로 떠난 '스크린의 광대' 로빈 윌리엄스.(AFP)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순간을 즐겨라)을 외치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사진)가 지난달 우울증으로 숨진 이후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윌리엄스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미국은 1946~1964년생)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통상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노년층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10년 사이에 베이비부머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45~64세 연령대가 노년층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은 집단으로 떠올랐다.

미 러트거스대 사회학과 줄리 필립스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낀 세대'로서 그 세대만의 독특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인 압박과 약물 오남용 등으로 세대의 자살률이 높다"고 밝혔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회로부터 점차 소외되는 것도 또 다른 자살요인"이라며 "이전 세대에 비해 자녀가 없는 비율이 높고 종교에 귀의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밥 나이트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은 1950년대, 1960년대 대공황이 끝나고 소아마비 백신과 항생물질의 개발 등으로 안정적인 사회를 누렸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퇴행된 사회를 살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생)는 하루 평균 6명이 목숨을 끊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노후 준비 없이 은퇴하게 된 베이비부머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통계로 보인다.

지난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70~80%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보고될 만큼 우울증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자살 위험자들이 드러내는 위험징후를 잘 살펴보고 생각을 듣고 조언을 하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