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수입차, 한국이 더 비싼이유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09-09 15:56 수정일 2014-09-09 15:56 발행일 2014-09-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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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등록대수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중저가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동일한 수입차 모델의 국내와 해외 가격차가 최대 1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에선 풀옵션을 기본 탑재한 수입차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입사-딜러사’ 형태의 2중 유통구조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일 수입차도 국내선 최대 1000만원 비싸

국내 중저가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인기제품인 도요타, 혼다, 포드, BMW 등의 브랜드가 국내 보다 해외시장에서 같은 모델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요타 캠리의 경우 미국시장에선 기본 옵션가가 2만2235달러(약2280만원)에서 시작하는 반면, 국내시장에선 3370만원에 시작한다. 무려 11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혼다 시빅은 미국시장에선 1만8165달러(약1860만원)에서 기본 옵션가가 시작된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선 2590만원부터 출발한다.

혼다 어코드도 미국시장에선 2만1680달러(약2220만원)에서 기본가가 시작되지만 국내시장에선 3250만원이 기본옵션가다.

이런 현상은 일본차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차 브래드인 포드 퓨전의 경우 미국 내 기본 옵션 판매가는 2만1900달러(약2240만원)으로 국내시장 3695만원보다 1455만원이나 저렴하다.

포드 포커스의 경우에도 미국시장에선 1만6200달러(1660만원)에 기본옵션가가 시작되지만 국내시장에선 1330만원 더 비싼 2990만원에 시작한다.

독일차도 마찬가지다.

BMW 모델 중 비교적 중가 모델에 속하는 3시리즈의 경우 미국시장에선 3만2550달러(약 3340만원)에서 시작되는 반면 국내시장에선 4430만원이 최소 옵션가다. 1100만원 가량 가격차이가 나는 셈.

고가 모델에 해당하는 5시리즈도 비슷한 실정이다.

■옵션 선택권의 폭 차이가 원인

수입차 국내외 판매가격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선택가능 한 옵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옵션 선택 폭이 좁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가격에 수입차를 사야하는 실정이다.

국내에 유입되는 수입차들은 1개 트림만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풀옵션 차량을 판매하는 경향이 짙어 기본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다.

예를 들어 혼다시빅의 경우 미국시장에선 LX, EX, EX-L, HF, 네추럴 가솔린까지 선택가능한 트림이 다양하다. 가격으로보면 2096만원에서 3470만원까지다. 반면 국내시장에선 시빅 가솔린, 하이브리드, 유로 등 3종류다. 가격도 2590~2790만원으로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수입사-딜러사‘ 형태의 2중 유통구조

수입차 가격 격차 논란은 ‘딜러판매 방식’이라는 2중 유통구조도 큰 원인이다.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수입차 기업들은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한국법인들을 설립했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한국법인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두고 있는 식이다.

그러나 판매는 한국법인 업무가 아니다. 수입차 국내 판매는 별도의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러한 2중 유통구조 방식을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이 이와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원화된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딜러판매 방식 이라는 이원화된 유통구조는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한 후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업체와 판매를 맡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수입차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 법인에 문제를 제기하면 판매 이후 문제는 딜러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그러나 수입차 딜러 측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불편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