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최소화 하는 이혼플래너를 아십니까

김정욱 기자
입력일 2014-08-18 16:22 수정일 2014-08-18 18:36 발행일 2014-08-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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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플래너 그래픽
그래픽=이소연 기자 mormorphin@viv100.com<br><br>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혼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1만5300여건으로 하루 316쌍 꼴로 이혼을 했다. 2013년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는 32만2800여 건이다. 수치로만 따질 경우 결혼한 부부도 많지만 이혼한 부부도 많은 것이다.

이혼이 늘고 있으니 새롭게 생겨난 직업 가운데 하나가 ‘이혼플래너’(이혼상담사)다. ‘결혼할 때는 웨딩플래너, 이혼할 때는 이혼플래너’라는 공식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혼플래너라고 하면 깔끔하게 이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라고 유추할 수 있겠다. 이혼플래너의 정확한 역할은 이혼 위기에 처한 가정의 화합을 유도해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거나,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혼 당사자 간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원한만 결별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혼을 유도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일단 이혼을 막아보고, 안 될 경우 이혼을 앞둔 부부의 상처를 최소화시켜 주는 게 이혼플래너의 일이다. 또 이혼 후의 재혼 또는 정신적 안정 등을 도와주는 것도 이혼플래너가 하는 일이다.

이혼플래너는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이혼전문변호사와는 다른 활동을 한다. 이혼전문변호사들이 이혼에 관한 법적인 절차 안내 및 위자료 등에 관한 자문을 한다면 이혼플래너는 전문변호사 및 상처 치유를 위한 정신과 의사 연결 등 이혼 전반에 걸친 과정을 안내해준다.

이혼플래너는 정부에서 양성 중인 신직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3월 신직업 육성방안 발표를 통해 민간조사원(사립탐정), 정신건강상담전문가, 임신출산육아 전문가, 과학커뮤니케이터 등 44개의 신직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여기에 이혼플래너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에 이혼플래너가 도입된 배경은 급격히 증가하는 이혼율에 비해 이혼 당사자 간 원활한 이혼절차, 과정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 이를 중재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혼플래너 등 이혼 관련 전문가들이 활동을 했다. 외국에서는 이혼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이혼플래너들 역시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이혼이라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이에 최근에는 누군가와 결별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에서 ‘이혼식’을 하는 커플도 있다.

이혼플래너 이병철 디보싱 대표
이혼종합컨설팅회사 (주)디보싱의 이병철 대표.

3년 전 이혼한 유인철(가명·40·공무원)씨는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이혼할 때 물질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는 등 원활한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이혼 과정에서 겪을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감안한다면 이를 최소화해 주는 이혼플래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혼종합컨설팅 회사인 ㈜디보싱의 이병철 대표는 “이혼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심리적인 고통을 헤아려 주며, 이혼절차부터 마무리까지 도와주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효율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이혼 후의 삶도 이혼플래너가 컨설팅을 해준다면 불안했던 미래도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한국이혼플래너협회가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이혼플래너가 신직업으로 등장했음을 알렸다.

초대 회장은 이병철 디보싱 대표가 맡았으며, 협회는 앞으로 이혼플래너들의 상호교류·협력지원, 각 대학교 평생교육원·강좌 개설, 전문가 양성교육, 협회 자격증 발급, 창업 기회 증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정욱 기자 k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