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저금리…시중은행 예적금 해지액 석 달 간 19조원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5-12 16:11 수정일 2020-05-12 16:14 발행일 2020-05-13 1면
인쇄아이콘
clip20200512144659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 들어뒀던 예금과 적금을 꾸준히 해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급증한 2월 이후 석 달간 19조원 규모다. 여기에 예적금 금리가 제로(0) 금리 수준으로 떨어지는 ‘금리 절벽’ 현상이 나타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2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월 정기 예적금 해지액은 5조5666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예적금 해지액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기 시작할 2월에는 5조7860억원, 3월에는 7조7389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하락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총 19조915억원의 금액을 중도 해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실상 예적금으로 인한 이자 소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생활비가 급한 이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코로나19 이후 가계 여건 변화’에 대해 직장인 576명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41.8%는 코로나19 이후 급여변동 사유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급여감소분 충당 수단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중복응답) ‘예적금 해지’(16.8%)였다. ‘펀드, 보험 상품 해지’(7.8%) 비율까지 더하면 24.4%로 높아진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빅컷(Big cut)’ 인하한 영향도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도 따라 내려간다. 이에 연초만 해도 2~3%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고객들은 낮아진 금리에 투자 매력을 못 느끼고 줄줄이 해지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12개월 만기, 단리상품, 기본금리 기준) 상품 49개 중 금리 1% 미만의 상품은 21개로 집계됐다. 절반 가까운 상품이 0%대 금리로 내려 앉은 것이다. 적금(정액적립식, 12개월 만기, 단리상품, 기본금리 기준) 상품 31개 가운데 0%대 금리인 상품도 2개 있었고, 2% 이상 상품은 4개에 그쳤다.

낮아진 금리에 예적금을 해지한 자금을 가지고 주식시장 투자로 옮겨간 이들은 늘어났다. 국내 시장이 폭락하자 이를 인생역전 기회로 삼으려고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몰려들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42조47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일(29조8599억원)과 비교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던 3월에는 해지율이 급격히 커졌지만, 정부의 긴금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4월 이후부터는 증가세가 차츰 줄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