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인하에도, 내 대출금리가 오르는 이유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11-03 15:13 수정일 2019-11-03 17:51 발행일 2019-1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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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 조달비용 증가
자금조달지수 반영에 시차 발생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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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내 대출금리는 오른다. 추가 금리 인하 메시지가 없는데다, 외국인의 채권 매도와 정부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판매 등으로 채권금리가 오르는 탓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4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이후 변동형으로 전환) 금리는 2.55~4.05%로, 전주보다 0.09%포인트 높다. 신한은행은 2.94~3.95%(지난달 28일 대비 0.08%포인트↑), 우리은행 2.79~3.79%(0.08%포인트↑), 농협은행 3.14~4.24%(0.28%포인트↑), 하나은행 2.751~4.051%(0.058%포인트↑)다.

보금자리론 최저금리도 올랐다. 주택금융공사는 2.0%에서 2.2%로 인상한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인상된 건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공사는 “보금자리론의 기준으로 삼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계속 올라 부득이하게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울러 은행 대출금리의 주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코픽스에는 한국은행의 ‘10월 인하’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코픽스는 15일 공시됐고, 한은 기준금리 인하는 다음날인 16일 단행됐다. 따라서 약 한 달 간의 시차가 생긴 것이다.

작년말 가계빚 1천535조원 '사상 최대'<YONHAP NO-4115>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이 여수신 상품의 금리를 내건 모습. [연합뉴스]

외국인 채권 매도도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 매도가 이어졌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주로 연동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7월말 1.50%에서 8월말 1.39%로 낮아졌다가, 9월말 1.55%에 이어 지난 1일 1.801%로 껑충 뛰었다.

또 연말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대규모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예정된 탓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2월부터 20조원 규모의 MBS를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 값이 떨어지고, 이와 반대로 채권 금리는 오른다.

당분간 대출금리가 내림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옅어져서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