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TV·OTT·유튜브’… 음주 미화에도 제재는 미미

이한빛 기자
입력일 2024-10-14 16:02 수정일 2024-10-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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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과 OTT, 유튜브 콘텐츠에서 음주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어 음주를 조장, 미화한다는 지억이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술방’ 콘텐츠가 유행하는 가운데 TV 프로그램과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유명인들이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미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TV 방송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에 오른 총 556개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488개(88%)에서 음주 장면이 등장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 1만1587편 중 6558편(56.6%)에서 1만2018번의 음주 장면이 등장했다.

그러나 TV 프로그램 음주 장면에 대한 조치는 미미했다. 5년간 ‘문제음주장면’으로 적발한 건수는 총 86건이었고 이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제제를 받은 것은 8건에 불과했다. 76건이 ‘문제없음’으로 종결됐고, 2건은 현재 심의 중이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 따르면,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으며, 제45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 되며,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 방영된 드라마에서 미성년자가 음주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이 심의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정됐다.

OTT와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음주장면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최근 3년간 OTT 콘텐츠의 음주장면 묘사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에 올라온 콘텐츠 100편 중 82편(82%)에서 음주장면이 묘사됐고, 음주장면 수는 총 338번으로 편당 3.4회 비율로 등장했다.

‘최근 4년간 유튜브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에서 ‘술방’, ‘음주방송’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조회되는 조회수 상위 100개 콘텐츠 모두에서 연령 제한 설정이 돼있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존 10개 항목에서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에서는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바 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연령 제한 및 경고문구 표시 등 내용을 추가했지만, OTT와 유튜브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청소년들이 미디어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입증된 만큼, 미디어가 절주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한빛 기자 hb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