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뉴삼성’… 위기 속 다시 채워진 사법리스크 족쇄

박철중 기자
입력일 2024-10-14 17:09 수정일 2024-10-14 17:09 발행일 2024-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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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또다시 재판정에 출두했다. 부당합병 의혹 1심 ‘무죄’ 선고 이후 8개월만에 항소심이 재개된 것이다.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커져가는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다시 불거진 사법리스크로 그동안 정체된 ‘뉴삼성’ 건설을 위한 행보가 퇴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가 증거조사를 진행하고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시작된 부당합병 의혹 사건 재판으로 약 3년 5개월간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이처럼 총수의 잦은 법정행은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면 ‘뉴삼성’을 향한 행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 앞서 지난 11일 이재용 회장은 필리핀과 싱가포르 출장 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커지고 있는 삼성 위기설과 관련된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울러 연말 인사와 관련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주력 범용 D램 부진과 스마트폰, PC 등의 재고 조정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됐다.

전영현 다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유지하던 포브스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도 5년 만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주가 또한 '5만전자'라는 굴욕을 맛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총수의 잦은 법정 출두로 경영 구심점이 사라지며 이재용 회장이 기치로 내건 ‘뉴삼성’도 정체된 게 사실"이라며 "위상이 추락한 인텔을 반면교사 삼아 삼성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같은 이 회장의 결단력 있는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