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수율’ 낮은 것도 금융사고 증가 원인이다

사설
입력일 2024-10-14 14:50 수정일 2024-10-14 15:27 발행일 2024-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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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맡긴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더 나아가 신용사회의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금융사고다. 최근 3년간 금융사고 규모는 매년 1000억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업권별로는 60%를 넘나드는 은행권이 건수나 액수 면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인 횡령·유용과 업무상 배임이 끊이지 않는다. 국정감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 실행에 구멍이 뻥 뚫린 것과 같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거액의 금전적 범죄행위가 터질 때마다 고삐를 조인다는 재발 방지책은 허구 아니었나 싶다. 은행권에 한정하면 사고금액 회수율이 고작 9.1%였다. 윤리강령마저 휴지조각이 다 됐다. 내부의 준법감시조직 개편 등도 아직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고객 입장에선 예금자보호한도조차 못 미더워 내 돈이 증발하지 않을까 불안할 만도 하다. 은행을 믿을 수 없다는 지탄이 향할 곳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책무구조도, 디지털 책무정보나 책무관리 방안까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과거엔 불법대출이나 도난·피탈 등 외부 요인이 걱정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내부 직원에 의한 굵직한 횡령 등이 주류를 이루다시피 한다. 내부 통제와 관련해 관리자의 책무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적 지상주의 영업 방식, 지배구조와 변화관리, 인사 문제 등 뜯어고칠 데가 많다. 숫자로 계량화 안 되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제어할 관리·감독 방안이라야 한다. 저하된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련의 금융사고는 문란해진 금융질서를 바로잡고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라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상대적 고임금에 성과급 파티를 벌이며 금융 관련 범죄에 발을 담그는 행태는 내부와 외부 통제 시스템을 정비해 꼭 뿌리뽑아야 한다. 그런 수단에 기대지 않고도 이상징후를 포착해 금융사고의 개연성을 미리 차단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상호금융권 등에 수신 기능이 없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가 어렵다는 것은 모순이다. 역시 손봐야 한다.

거미줄처럼 꼼꼼하게 짜여진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춘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사고도 적다. 사후 조치지만 금융사고 금액을 전액 환수 가능한 법·제도 장치가 있으면 사고율도 줄일 수 있다. 사후 제재나 뒷수습보다 중요한 건 사전 방지다. 그런 장치 없이 안심하고 돈을 맡기라고 할 수 있겠나.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권 조직문화까지 들여다보는 것과 간섭은 구분해야 한다. 또 다른 칼을 준비하는 금융당국이 참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