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매도 재개’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10-10 14:01 수정일 2024-10-10 14:01 발행일 2024-10-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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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선진국 클럽이 된 한국이 짊어진 다음 과제는 공매도 재개다.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시장에서 관찰대상국으로 강등될 뻔한 위기를 모면했고 몇 달간의 시간은 벌었다. 세계적인 주가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한국에 요청한 메시지는 뚜렷하다. 공매도의 신속한 재개였다. 외국계 대규모 자금 이탈의 고비를 넘기면서 일종의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 자본시장 선진화의 길은 이처럼 멀다.

주가가 내릴 걸로 예상되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형식인 이 제도는 장단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살린다면 주식의 적정가 발견에 도움을 준다. 주식시장의 거품을 제거하기도 한다. 개인투자자에 불평등한 제도가 될 수 있는 반면 불법 투기 세력의 시장 조작도 차단 가능하다.

뭐니 뭐니 해도 중시할 것이 있다. 선진시장 진입은 채권이 그러했듯 증시에서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된 사실이다. FTSE 러셀의 입장을 재해석하면 공매도 금지는 선진국답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숙원사업인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Develop ed Market) 지수 편입의 발목을 잡은 요인 역시 따지고 보면 공매도 금지였다.

신흥시장(EM)이나 관찰대상국 언저리를 언제나 맴돌고 있을 수는 없다. 선진국지수 추종자금 규모는 신흥국지수 추종자금의 5~6배에 이른다. 무리한 정책으로 시장 접근성을 제한해 한국 증시에 들어올 대규모 해외 자본의 통로를 좁히지 않는 게 현명하다. 계속 적발되는 불법 공매도까지 허용하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공매도 금지가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엄연한 사실은 재개 여부와 시점을 논의할 때 숙고해볼 ‘고언’이다.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의 순유입으로 주가 상승과 변동성을 완화하면 그렇게 바라던 ‘밸류업’에도 도움이 된다.

금융 선진국 격상의 선택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차질 없는 공매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관찰대상국에 포함시키지 않은 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정부를 일단 지켜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타당하다. FTSE 러셀의 다음 정례시장 분류가 예정된 내년 4월 8일 이전, 늦어도 내년 3월 30일까지는 국내 증시가 공매도 금지 규제에 발 묶인 상황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처를 한시적이라고 본 것은 우리로선 다행이다. 공매도 재개 여부가 시장 분류에 절대적인 영향력과 상관성을 갖는다는 예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