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된다더니”…‘꼼짝’ 않는 글로벌 메모리값, 언제 빛 드나

전화평 기자
입력일 2024-09-26 06:13 수정일 2024-09-26 06:13 발행일 2024-09-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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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판매량은 상승하는데 가격은 하락...수요 엇갈려
"전자제품 수요 예상보다 늘지 않아…예상치 미치지 못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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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2나노급 16Gb DDR5 D램.(사진=삼성전자)

당초 하반기 반등을 예고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8월 소폭 하락하며 하반기 반등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에서는 AI 열풍으로 관련 메모리의 구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PC나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8% 증가한 229억달러(약 30조4409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고수익 제품 출하 확대에 힘입어 각각 98억2000만달러(전분기 대비 22% 상승), 79억1100만달러(38.7%)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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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로는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2분기 글로벌 eSSD(기업용 SSD) 매출 규모는 57억3840만달러(약 7조6280억원)로 전 분기보다 52.7% 늘었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의 배포 증가와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한 스토리지(저장장치) 수요 증가, 서버 브랜드의 수요 급증 등의 영향”이라고 봤다. 다만, 메모리 판매량이 상승하는 것과 반대로 가격은 반등에 실패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이후 D램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다 5월부터 3개월간 보합세를 유지했다.

D램 가격 하락은 전방산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회사 트렌드포스는 “PC OEM의 판매 실적 부진으로 D램 조달량이 감소했다”면서 “PC OEM의 디바이스 평균 재고 수준은 11~12주로, 평시 재고인 6~8주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는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4.9달러를 기록하며 2월 이후 7개월째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량과 가격의 엇갈린 결과는 AI 수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AI 서버를 제외한 스마트폰, PC 등 주요 시장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가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AI PC를 앞세워 세트 산업 부진의 판을 뒤엎으려고 했지만, 판매량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서버를 제외한 부문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만큼 메모리 가격 인상 폭도 당분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초 하반기에 메모리가 반등할 것으로 점쳤던 트렌드포스도 전망을 수정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D램 재고를 지난해 3분기부터 늘려왔지만, 전자제품 수요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메모리 현물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고정거래가격은 현물가격을 4~6개월 후행한다.

그러면서 “소비자 수요 부진이 지속된다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호황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우선인데 그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시간 25일 발표하는 마이크론 회계연도 4분기 실적으로 하반기 메모리 업황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