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나 지금이나 무속이 판치면 국운이 불안해진다.

한성천 기자
입력일 2024-09-23 08:50 수정일 2024-09-23 08:50 발행일 2024-09-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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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과장

올해 추석(秋夕)은 하석(夏夕)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더운 날씨에 가을 분위기의 추석을 느낄 수 없었다는 말로 이해된다. 하기야 매년 여름만 되면 무더위와 강수량이 최고경신기록을 세웠다는 등의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이러다가 봄과 가을은 점점 없어질 것이며, 따듯한 겨울과 결국 뜨거운 여름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지구생명의 멸종이라는 기후위기가 실감나게 피부로 느껴지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국제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추석이냐, 하석이냐의 논란의 무더위에 더욱 열불나게 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소위 추석밥상에 올려 진다는 정치이야기이다. 그 정치이야기 중에 어느 무속인이 어느 누구에게 영향력을 끼쳐 국정을 농단했다는 믿기 어려운 말들도 거침없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민심에 깊숙이 파고든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역사 속에 유명한 무속과 국정농단이야기를 하나 꺼내본다.

그 역사이야기는 조선조말 고종의 부인 민왕후와 얽힌 무속 이야기이다. 민왕후가 권력의 중심에 전면 등장하는 전후과정에 여러 위기를 맞이했는데, 관상과 점술 등 무당에 의지한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 무당 이야기 중심에 진령군(眞靈君) 즉 무녀(巫女)에 대한 소문은 당시 백성들에게 국정농단과 매관매직이라는 망국적인 현상으로 보였다. 그 국정농단 정점에 진령군은 고종과 민왕후에게 ‘금강산 1만2천봉에 쌀 한 섬과 돈 열 냥씩 바치면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로 홀렸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때 뜻있는 선비들의 상소문에 ‘요사스러운 계집 진령군이 세상 사람들의 살점을 씹어 먹으려고 한다’는 내용과 함께 10여 년간 세도를 부리며 ‘세상을 뒤흔든 진령군의 목을 베라’고 통렬히 규탄하였다. 또 강직한 선비들이 앞 다투어 무녀를 탄핵하는 상소문을 올렸으나, 도승지는 감히 고종에게 올리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갔다. 더욱 해괴한 일은 임금에게 상소를 올린 사람들은 어처구니없게 귀양살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가 망하는 과정에서 물론 첫 번째가 일제의 갑오년 경복궁점령이라는 국권침탈과 이에 맞선 2차 동학농민혁명, 즉 동학의병기포가 일본군에 의한 대학살로 좌절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술국치라는 일제의 강점에 의한 결과와 국내외 여러 좋지 않은 상황에 있어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자아위안도 삼아본다.

그런데 앞서 거론한 무당에 의한 국정농단과 같은 민심이반에서도 망국의 요소 중에 뺄 수 없는 상황이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의 무속 이야기는 사실여부를 떠나 ‘국운이 정말 불안하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예방책을 주문한다.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