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우리가 모르는 '요양원 가는 길'

전태권 명예기자
입력일 2024-09-26 14:00 수정일 2024-09-26 14:03 발행일 2024-09-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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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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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권 명예기자

늙고 병든 부모를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는 요양시설로 보내며 부모의 슬픈 얼굴과 마음을 아프게 보는 자식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지난 6월 필자가 심경부감염으로 119 구급차 신세를 지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다가 모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부터 삶과 죽음, 또 비참한 현실을 깊게 생각해 본다.

평생을 고생으로 고이 키워온 자식들은 물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 정든 집과 가족과 함께 살아온 힘들었던 서러움과 짧았던 행복한 순간들을 뒤로 하고 모든 인연과 이별하는 날. 요양병원 가는 날, 자식들 앞에서 애써 슬픔을 보이지 않으려 굳은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내 걱정 말고 잘 살라”는 부모님의 힘 없는 한 마디가 과연 자식들 가슴에 얼마나 전해질까.

피할 수 없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저승길 대기소’ 요양병원.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실상은 상당히 열악하다고 한다.

간병사들은 요양병원 소속 직원도 아니고 센터에서 파견 나온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병원 측 말도 잘 듣지 않고, 환자를 소중하게 보살피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한국인 요양사도 대다수가 마찬가지란다.

‘요양보호사’가 아니라 ‘요양 학대사’라는 생각마저 든다는 이도 있다고 한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을 달라고 해도, 대소변 기저귀 갈기가 귀찮아 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개인적으로 고용한 단독 요양보호사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연락을 부탁해도 소용이 없다. 어쩌다 찾아온 자식들에게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집에서 모시기 불가능하단다.

요양시설은 누구나 늙어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거쳐야 할 마지막 코스다. 나는 안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착각이다. 시간이라는 어둠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누구나 죽을 때는 고통 없이 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대부분 여의치 않다.

위정자들이 요양병원 실태를 깊이 있게 파악해 정책을 마련케 하거나 인공지능(AI)이 간병하는 시대가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어르신들도 회생이 불가능한 날에 연명치료를 중단할 것을 유서로 남겨, 유사 시 자식들의 심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추석 연휴를 보내며 깊은 상념에 잠긴다.

전태권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