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vs 무신사, '갑질' 신경전… 주도권 싸움 커지나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4-09-12 06:00 수정일 2024-09-12 06:00 발행일 2024-09-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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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이번에는 무신사 영업 방해···‘갑질 의혹’
무신사도 8월 말 ‘갑질 의혹’에 공정위 본사 현장 조사
일각서 양사가 서로 갑질 제보 의혹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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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뷰티 페스타가 열린 3일간 성수동 일대에 코랄색 구디백을 착용한 이삼십대 여성 고객들로 가득찼다. (사진=무신사)

K뷰티 주도권을 놓고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입접 업체들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무신사가 올리브영의 업무 방해 의혹을 역제기하며 양사 간 정면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올리브영에 대해 갑질 논란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납품 브랜드를 대상으로 경쟁사인 무신사의 판촉행사에 참여하지 않도록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납품 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한 혐의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약 19억원과 시정명령조치를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수천억 원대의 과징금이 추징될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 달리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갑질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했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시정명령 기간 동안 또다시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지난해와는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리브영은 또다시 이 같은 일이 재발한 데에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제재 이후 내부 시스템 보완 및 상생경영에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2월 경영지원실장(CFO) 주도의 준법경영TF를 신설하고, 화장품 시장 내 현황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없는지 점검 및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정위의 올리브영 현장 조사는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가 ‘무신사 행사에 참여하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빼는 것으로 알겠다’는 압박을 받아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신사도 자체적으로 납품업체들로부터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공정위 신고 여부를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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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홍대타운 2층에 위치한 프래그런스바에서 고객들이 향수 시향을 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한편 무신사 역시 지난달 말 입점 업체들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가 들어간 상태다. 공정위는 무신사가 전략 브랜드사와 입점 계약 외에 별도로 체결한 파트너십 협약서에 타 플랫폼 입점 제한하거나 최혜 대우 요구 등 조건을 내걸어 브랜드 사업 활동을 침해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의 이러한 행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을 경쟁제한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무신사에 이어 올리브영까지 공정위 조사에 들어가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가 서로의 갑질 의혹을 제보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올리브영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증한 성수동을 핵심 거점으로 낙점하고 무신사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현재 성수역 인근에만 매장 5개를 운영, 오는 11월에는 성수동 ‘팩토리얼 성수’에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