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확실성 확대…원자재가 상승속 증시는 큰 영향없는듯

이원동 기자
입력일 2024-05-21 12:45 수정일 2024-05-21 14:16 발행일 2024-05-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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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해 사망하며 중동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안전자산격인 금·구리 등 원자재가격이 상승세를 보여 주목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고위 각료가 탄 헬기가 추락했다는 보도에 이어 20일 탑승자 전원 사망 보도가 나왔다.

IRNA를 비롯한 이란 현지 언론은 사고현장에 비와 짙은 안개 끼어 있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이 공식 발표한 사고 원인은 헬기 기술고장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고는 이란의 중동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넓고 강한 상황이라 중동 전역에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중동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지난 20일 금과 구리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금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OZS)당 2438.5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함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구리도 런던금속시장에서 톤당 1만857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1거래일만에 459달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빠르게 올랐다.

작년 연초(1846.1달러)부터 전쟁 발발 직전인 10월 6일(1845.2달러)까지 1800~2000달러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금 가격은 발발 일주일 후 1900달러선을, 월말엔 2000달러선을 돌파했다.

구리도 공급 차질 우려로 인해 올들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발 전력수요가 발생해, 전선 수요도 함께 급증해 상승세를 키웠다.

최근 1년간 3대 유종 가격변화 추이
최근 1년간 3대 유종 가격변화 추이 그래프. (그래프=이원동 기자)

반면 유가는 이번 사건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일 석유는 종가 기준 배럴당 △서부텍사스원유(WTI) 79.80달러(-0.32%) △브렌트유 83.71달러(-0.32%) △두바이유 84.33달러(-0.06%)를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에서도 사고라고 선을 그으며, 오해 가능성을 차단한 상황이기에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동발 유가 리스크에 대해서는 “올해 4월 초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당시 유가에 반영된 리스크 프리미엄은 5~10달러였는데, 이후 다시 5달러 내려 리스크 프리미엄은 해소됐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되며, 시장이 면역이 생겨 둔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금·구리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홍 연구원은 “금 가격은 신흥국 중앙은행 매입이라는 중장기적인 상승테마 속 최근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연방준비제도의 비둘기적 발언 등으로 빠르게 올라왔다”며 “메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가 있어 당분간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구리는 광산 축소, 중국 전기동 감산 등 공급 감소와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며 “일각에서는 구리 가격이 1만20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데, 아마 1만1000달러대에서 쉬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1일 국내 증시는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과 관련해 정유 및 해운주들이 전일과 달리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특이한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원동 기자 21c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