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달부터 새 PF 사업평가 기준 적용"…제2금융 '초긴장'

노재영 기자
입력일 2024-05-19 10:51 수정일 2024-05-19 10:52 발행일 2024-05-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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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브릿지론 인허가 미완료 비중 (자료=한국신용평가)

금융당국이 다음 달부터 전국 5000여곳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새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가운데 최초 평가에서 ‘부실 우려’ 등급이 대거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업계와 2금융권에서 사업성 평가 요인이 지나치게 획일적·정량적이라 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연착륙’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이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의 최초 평가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국의 약 30%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1차 평가를 시작으로 9월 2차, 12월 3차로 사업장 평가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기준을 현재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해 나눴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는데 이제 부실우려 사업장은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최초 평가 대상으로 ‘연체’ 혹은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을 지목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이중 다수가 구조조정 대상인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은 당장 2분기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분석에서 증권(1조1000억∼1조9000억원), 캐피탈(9000억∼3조5000억원), 저축은행(1조∼3조3000억원) 등 3개 업종의 부동산 PF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가 최소 3조원에서 최대 8조7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브릿지론의 인허가 미완료 비중이 작년 9월 말 기준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모두 50%를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 인허가 미완료 비중이 75%로 가장 높았고 △신용등급 AA급 캐피탈사(61%) △대형 증권사(58%) △저축은행(48%) △A급 이하 캐피탈사(44%) 등 순이었다. 인허가 미완료는 토지매입률, 수익구조, 여신 만기 연장 횟수, 경·공매 유찰 횟수 등과 함께 PF 사업성 부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평가 기준이 획일적이라며 시행사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계의 반발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본PF 단계 사업장에 대한 평가 기준 중에서는 ‘분양 개시 이후 18개월 경과 시 분양률 50% 미만’, ‘60% 미만’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요 감소는 불가항력 요인인데 새 평가 기준 아래에선 기준 미달로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PF 대책 발표 직후 강화된 사업성 평가 기준을 담은 모범규준 양식을 각 금융업권 협회에 전달하고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2금융권 및 건설업계 목소리가 향후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장 참여자 및 건설업계 등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보완 조치 등을 발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달 말 전 금융권 PF 담당 임원 대상 설명회를 시작으로 업권별 릴레이 설명회도 열기로 했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