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스타벅스 어닝쇼크에 1000억원어치 ‘줍줍’

노재영 기자
입력일 2024-05-16 13:06 수정일 2024-05-16 13:24 발행일 2024-05-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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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스타벅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의 ‘어닝 쇼크(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로 주가가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저점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만 한국 주식을 2조원 팔아치운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1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11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스타벅스로, 약 1083억원을 사들여 1위로 집계됐다. 2위 인텔(717억원)과 3위 마이크로소프트(691억원)가 뒤를 이었다.

저점매수 배경에는 스타벅스의 실적 발표가 있다.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88.49 달러였던 스타벅스 주가는 하루만에 74.44 달러로 16% 가까이 추락했다. 어닝 쇼크에 주가가 지난 2022년 5월 가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올 1분기 매출은 85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감소해 월가의 전망치였던 91억2000만 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스타벅스의 분기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 객단가는 늘었지만 거래량이 7% 감소했고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객단가가 9% 감소한 탓에 매출이 11% 급감했다. 랙스만 나라시만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고 스타벅스의 주당순이익(EPS)도 15% 하락한 0.68 달러를 기록했다.

외신은 대외 변수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에 반대하는 반전 켐페인으로 스타벅스, 맥도날드, MCD.N 등 서구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일어 매출에 직격탄을 안길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아라비카 원두 가격 상승도 수익률 악화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 런던 국제 선물거래소(LIFFE)에서 아라비카 원두는 지난 10일 톤당 4435 달러로 지난해 비해 약 17% 올랐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빠졌다고 섣부른 차익 기대감으로 저점매수에 나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실적이 중요한 장세에서 실적이 부족한 기업의 깜짝 반등은 오래가지 못해 기업의 기초체력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