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4월 금통위 논의 리셋…금리인하 시점 논하기 어렵다”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4-05-03 12:30 수정일 2024-05-03 13:07 발행일 2024-05-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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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가진 출입기자 만찬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인하 시점을 말하기 어려워졌다”며 “4월까지 했던 (통화정책) 논의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단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금통위에 근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4월 금통위 이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요인으로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 예상을 웃돈 국내 1분기 성장률,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꼽았다.

지난달 12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며, 2월 금통위때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한 문구에서 ‘장기간’을 삭제한 바 있다.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당시엔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미국의 경제관련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며 “9월이냐, 12월이냐, 올해 몇번이냐는 디테일한 것이고 이것도 앞으로 미국의 데이터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전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연준은 현지시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 금리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내 1분기(1~3월) 성장률(GDP) 속보치(1.3%)가 예상을 웃돌며 견조하게 나온 것이 일시적일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7%(전분기 대비)로 1분기 GDP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전년동월대비로는 1월(7.2%), 2월(1.7%), 3월(0.2%) 등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어 1분기 GDP 속보치 만으로 올해 경제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금융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할 경우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길 필요성도 적어진다.

이 총재는 “생각보다 1분기 국내 경제지표, 특히 성장률이 좋게 나왔다”며 “수출은 좋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고 정도차가 생각보다 커서 한은 입장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 놓친 것이 일시적인지 더 길게 갈 것인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보았다.

중동사태 악화로 국제유가가 불안하고,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원점이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4월 금통위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금통위원들도 새로 바뀌었고, 5월 금통위가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빌리시(조지아)=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