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이번엔 K-패션 진출… ‘에이블리’에 눈독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4-04-25 16:34 수정일 2024-04-25 16:37 발행일 2024-04-25 99면
인쇄아이콘
알리바바, 에이블리에 1000억원 투자 논의
알리 ‘K-패션’ 카테고리 강화...에이블리, 재무 개선 긍정적 효과 기대
회원 개인정보 데이터 유출 우려도 나와
KakaoTalk_20240425_162647263
알리익스프레스 패션전문관 ‘A.fashion’.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앱 캡쳐)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이번엔 국내 패션 시장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내 3대 패션 플랫폼 중 하나인 ‘에이블리’에 지분 투자해 식품을 넘어 패션 시장까지 눈독들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등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여성 패션플랫폼 ‘에이블리’ 측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다. 에이블리는 무신사·지그재그와 함께 국내 3대 패션 앱 중 하나로 자사의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는 에이블리의 최종 기업가치를 9000억원 수준으로 잡고, 1000억원대를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계약이 이뤄지면 알리바바가 확보하는 에이블리 지분은 5~10%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블리는 2018년 동대문 의류 쇼핑몰 모음 앱으로 출발했고,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05만 명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모바일 쇼핑앱으로 넓히면 쿠팡(3086만 명), 알리익스프레스(887만 명), 테무(829만 명) 등에 이어 4위다.

알리는 패션전문관 ‘A.fashion’을 통해 국내 패션 유튜버와 협업하는 등 패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에 20~30대 여성 고객이 주력층인 에이블리의 경쟁력에 주목, 지분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리의 지난 3월 기준 여성 사용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타사 경쟁 플랫폼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30세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둔 에이블리와 패션 사업을 연계할 경우, 국내 셀러들의 안정정직 확보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 효과까지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투자가 시급한 에이블리 역시 이번 알리의 투자 제안이 ‘가뭄의 단비’ 처럼 반갑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백억원대 손실을 이어가 4년간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이른다. 흑자 달성했던 지난해도 자산총계가 1129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1672억원을 기록해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에이블리는 그동안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았지만 큰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알리와 에이블리의 협공 소식에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조건에 국내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가 따라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작년 11월 지그재그가 회원 1198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으로 앱 이용자 수가 급감,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 신뢰 우려로 무신사, 지그재그,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알리와의 협업 고려를 단칼에 고사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이블리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투자를 받기에는 좋은 타이밍”이라며 “다만 중국 자본이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업계 1위인 무신사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