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부족에 1분기 ‘한은 마통’ 32.5조…이자만 638억원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4-14 13:23 수정일 2024-04-14 13:27 발행일 2024-04-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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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역대 최대 '세수 펑크'……올해는 일부 개선될 듯 (CG)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 1분기에만 한국은행에 터놓은 ‘마이너스 통장(일시 대출 제도)’에서 33조원 가까이 빌려 부족한 재정을 메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일시 대출 급증으로 한은이 물가 등 부작용을 우려해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는데도 오히려 대출 잔액은 더 불었는데, 2년 연속 세수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과거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1분기 대출 잔액이다.

지난해 1분기 잔액(31조원)보다 1조5000억원 많고,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갑자기 돈 쓸 곳이 많아진 2020년 1분기(14조913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특히 올해 3월 일시 대출액(35조2000억원)은 14년을 통틀어 월별 역대 최대이며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1분기에 총 45조1000억원을 빌렸다가 12조6000억원(누적 대출 45조1000억원-대출 잔액 32조5000억원)만 갚은 상태다.

이에 따라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만 638억원으로 산출됐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해당 이자를 2분기에 받을 예정이다.

앞서 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에 따르면 올해 한도는 ▲ 통합계정 40조원 ▲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을 더해 최대 50조원이다.

상환 기한은 통합계정이 내년 1월 20일, 양곡관리특별회계가 대출일로부터 1년(단 2025년 9월 30일 초과 불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올해 12월 31일이다.

올해 일시 대출 이자율로는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수익률에 0.10%포인트(p)를 더한 수준’이 적용된다.

이런 한도·상환 기한·이자율은 지난해와 같지만, 금통위는 올해 일시 대출의 부대조건을 대거 추가하기도 했다. 한은이 일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바꾼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자주 빌리고 이를 통해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일시 대출이 급증한 데 대한 지적이 많아 기재부와 협의해서 부대조건에 일시 대출금 평잔이 재정증권 발행 평잔을 넘지 않는 등의 조건을 추가했다”며 “기재부가 부대조건을 준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