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금리인하 깜빡이 아직 안켰다…하반기도 예단 어려워”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4-04-12 15:48 수정일 2024-04-12 15:49 발행일 2024-04-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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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_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_사진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게 아니라 자료를 보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향후 나오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물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근원물가는 떨어지고 있는데,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물가 중 어떤 움직임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나

▲그동안은 근원물가와 헤드라인이 거의 같이 움직였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두 물가 지수가 차별화하기 때문에 어떤 것에 더 웨이트를 두고 고려해야 되는지는 한마디로 얘기하기 어렵다. 통화정책은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므로 공급측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것을 빼는 근원물가를 보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물가의 기대심리는 소비자물가 수준에 굉장히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물가 전체를 무시할 수도 없고, 두 개를 다 보면서 조정하는데, 지금 선진국에서는 근원물가가 오히려 더 높고 헤드라인 물가 수준이 낮은 상황이다. 공급요인 충격을 덜 받는 반면에 우리는 유가와 특히 이번 두 달 사이는 농산물가격의 영향을 받아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근원물가보다 높아 상황이 굉장히 다르다. 근원물가는 예측하는 대로 계속 둔화되고 있어서 통화정책을 예상한 대로 끌고 가고 싶은데, 갑자기 지난 한 2개월 정도에 농산물가격이 올라가고 유가가 다시 또 많이 올라감에 따라서 헤드라인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이 물가를 예측하는 불확실성이 좀 더 커진 상황이다. 한두 달 정도 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예상하는 쪽으로 움직이는지 그것을 좀 더 볼 필요가 있는 그런 상황이다.

--물가가 좀 울퉁불퉁한 모습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금리 인하가 좀 지연될 거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1, 2월 통방에서 6개월 정도 시계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현재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지금 6개월 시점에 대해서 말씀드린다면 금통위원 전부, 저를 포함해서 지금 상황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 유가, 특히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한 1개월 지나서 하반기로 들어가기 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저희가 예상하듯 연말이면 한 2.3% 정도까지 갈 거라는 것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한 결정 과정인 것 같다. 만일 예상한 대로 유가나 이런 것이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2.3%까지 간다면 금통위원 전체가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 유가라든지 다른 여러 문제 때문에 2.3%로 가려는 패스보다 높아지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다.

--통방문에 보면 ‘충분히 장기간’이라는 표현이 ‘충분히’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는데 의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했다가 ‘장기간’을 뺀 것은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써놓으면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많이 가고, 또 그것을 다 없애면 하반기에 한다고 메시지도 갈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소통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비유를 들자면, 차선을 바꿔서 좌회전하려고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고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다가 깜빡이를 켤까 말까를 자료를 보고 고민을 하고, 그 다음에 저희가 소비자물가 상승의 움직임을 보고 그 다음에 깜빡이를 켜야 된다고 생각하면 차선도 바꾸고 준비를 하겠는데, 지금 상황은 깜빡이를 켰다는 게 아니라 자료를 보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으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 데이터 디펜던트하게 결정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에 금리 인하가 횟수도 줄어들고 시점도 지연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옵션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나

▲미국의 최근 이슈가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분명히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미국보다 먼저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는 기조에는 저희들이 환율이라든지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다만 지금 미국의 문제는 미국이 금리 피벗을 하기는 할 텐데 그것을 금년 중에 할 거냐 아니면 금년 중에 몇 번 할 거냐 이런 시점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타국에 주는 통화정책의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리정책에 대해서 탈동조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을 반드시 따라 한다, 안 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변화율, 환율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국내 요인을 갖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작년에 비해서 훨씬 더 커졌다.

--2월 통방 당시에는 미국이 먼저 피벗을 해야 각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총재가 보는 전망이 조금 완화적으로 바뀌었다고 봐도 되나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주면 그때부터 탈동조화가 된다고 말씀드렸지 피벗을 해야 탈동조화를 한다고 말씀드린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작년 말에 이어서 계속 주었기 때문에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유럽중앙은행(ECB) 의사결정문을 보면 라가르드 총재가 말하듯이 지금은 그렇지만 6월에는 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데이터 디펜던트 하지만, 그런 얘기도 있다. 지금 스위스는 인플레이션이 낮았기 때문에 금리를 이미 낮췄고 그래서 탈동조화는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이미 주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