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선 압승에 '금투세폐지' 등 尹금융정책 동력 약화될듯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4-04-11 12:47 수정일 2024-04-11 12:50 발행일 2024-04-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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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여야표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당 관계자들과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여당이 주도해온 금융정책들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드라이브를 걸어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사실상 좌초될 수 있다는 게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투세는 주식 및 파생상품, 채권 등의 투자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상장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했다. 예정대로면 오는 2025년 시행된다.

정부와 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해왔다. 야당은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소수에 불과하며, 증시 활성화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며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2019~2021년 3년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는 20만 명으로 전체투자자의 0.9% 수준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짚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를 현재보다 상향하고, 납입금액을 전액 비과세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입장이므로 자산별·상품별 득실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야의 주요 쟁점이었던 금투세 폐지(야당 반대 vs 여당 찬성)와 양도소득세 완화(야당 반대 vs 여당 찬성) 등 법 개정안이 필요한 사안을 놓고, 과세를 주장하는 야당이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과세폐지 기대감을 후퇴시킬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2025년부터 개인투자자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5000만원 초과분의 22%, 3억 원 초과분의 27.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를 회피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2024년 연말 수급 이탈 우려가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ISA 확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식시장의 긍정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개인 수급이 지속적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도한 우려”라고 보았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반대급부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대한 수혜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개인투자자 이탈, 사모펀드 과세 등의 영향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은 약화될 수 있으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중기적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다.

박소연 연구원은 “밸류업 추진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등 세제개편안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총선 패배로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그간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상법 개정, 물적분할 금지 등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입법·규제를 옹호하고 있다”며 “큰 틀에선 여당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중기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제 지원은 기대감이 약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ISA 세제 혜택 강화(납입한도 증액, 비과세 한도 증액, 투자대상 확대)도 여야 모두 공약해둔 상황으로 새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인 국내 고배당주 수요 기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한지영 연구원은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취지는 낮은 주주환원 문제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다”며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유권자내 주식투자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