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동차 잇단 고장, 차량 문제가 아니라 전력 문제?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24-04-09 10:01 수정일 2024-04-09 10:03 발행일 2024-04-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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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차량 결함 아닌 변전 설비 개선 필요"
수도권 전동차 고장
지난 3월13일 1호선 인천역에서 신형 전동차 하부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사진=코레일)

최근 잇따라 발생한 수도권 전동차 전기장치 손상ㆍ고장이 차량문제가 아니라 전력 공급 설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재 코레일은 R사에서 공급한 1호선 신조전동차 120량, 분당선 108량의 차량과 W사에서 공급한 1호선 신조전동차 410량에서 최근 발생한 보조전원장치(SIV) 손상에 대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코레일 전기본부는 현재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동차 입력 전원 품질 측정을 위하여 1호선 경원선, 경부선, 경인선 구간 신조전동차 장애 원인 분석을 위한 가선 전력 품질 측정 및 선로 공진 발생 주파수 대역 확인을 위한 시운전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2월 경원선의 의정부 변전소 변압기 병렬 운전을 시작으로 연천 보조구분소(SSP)에 RC뱅크(교류전력이용에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파형(고조파)를 제거하거나 저감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3월에는 경인선 구간 시흥 전철구분소 (SP), 인천 보조구분소(SSP)에도 RC뱅크K를 설치하고, 최근에는 경부선 용산 전철구분소 (SP), 수원 전철구분소 (SP), 안양 전철구분소 (SP), 부개 전철구분소 (SP), 장재 보조구분소(SSP)에 RC뱅크를 설치하는 등 전철 설비들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전철설비 개선 후 전원 품질 측정 결과 변압기 단독 급전 시 가선 전압과 비교해 병렬급전으로의 전환 및 RC뱅크 설치 후의 가선 전압이 많이 안정화 되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 되었다.

결국 단독 급전 상태에서 고조파가 선로 공진으로 인해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병렬급전으로 전환 후 고조파의 증폭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병렬급전으로 인해 선로의 임피던스(impedance·회로에서 전압이 가해졌을 때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값)가 변경되어 선로 공진점이 이동하여 증폭 현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변전소 급전 구간에서 먼 구간(연천 인근)으로 갈수록 고조파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경원선, 경인선, 경부선 가선 측정 시운전을 시행한 결과 각 노선별 특정 구간에서 고조파가 증폭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정상상태에서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특정 구간에서 간헐적으로 고조파가 증폭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전동차 전기장치의 잦은 고장은 특정업체의 차량 문제 라기보다는 전력 공급 설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일련의 사고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신형 전동차의 결함이라기보다 전력 공급의 불안정에서 오는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고 말했다.

코레일 전기본부에서도 현재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4년 2월 ~ 03월 최근까지 경원선, 경인선, 경부선에 변압기 병렬운전 및 RC뱅크를 긴급히 설치하면서 설치 구간에서의 전압이 안정화되어 신조 전동차의 고장 발생율이 현저히 감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철도 전문가들은 현재 변전소에 긴급히 설치한 RC뱅크는 다른 곳에 설치된 것을 이전하여 임시로 설치한 것으로 노선별, 변전소별 용량 시뮬레이션 등을 통하여 적정한 용량으로 검토하여 정식으로 RC뱅크를 설치하여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근본적인 원인인 전차선로 공진에 의한 고조파 전압의 확대율을 저감시키기 위하여 전력 공급설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 과전압 등으로 인한 전동차 고장ㆍ장애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형구 기자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