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미 금리인하 신중론…이창용 한은 총재 고민깊어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4-04-07 09:04 수정일 2024-04-07 14:52 발행일 2024-04-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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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다시 돌아온 가운데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도 줄어들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상황 판단에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0%인 기준금리를 10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핵심 배경은 물가 우려다. 한은은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전망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 3.1%,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4~6월이 중요한데 2.8%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2.8원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중국 경제가 최근 회복된다고 하지만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전반적으로 약하면서 위안화 약세에 원화가 영향을 받고 있어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도 오르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각 90달러, 86달러를 넘어섰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수입물가의 근간을 이루는 환율이나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어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6월로 예상해온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증가해 전월(27만건) 및 예상치(21만4000건)를 모두 웃돌았다. 견조한 노동시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상에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이 보는 6월 연준의 기준금리(5.25~5.50%) 동결 가능성은 46.8%로 일주일전(39.6%) 보다 올랐다.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정책 금리를 너무 이르거나 가파르게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금리인상이 필요해질 위험을 지속해서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의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이 점점 더 우려되고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 및 차입 비용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경제를 억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징후가 있으므로 금리인하를 생각하기에 매우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3분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용구 연구원은 “미국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 8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은의 금리인하폭도 8월과 11월에 25bp(1bp=0.01%포인트)씩 두 차례, 총 50bp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는 포워드가이던스 형태로 금리인하를 시사할지 여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진 않겠지만, 인하가능성을 열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것과 고환율, 고유가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의 생각과 스탠스가 관심이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