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로 인한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경기부진도 이어지면서 가계 여윳돈이 50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지난해 158조2000억 원으로 2022년(209조원) 보다 50조8000억 원 감소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이다. 이른바 경제주체의 여윳돈이다.
정진우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비용이 늘었고,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체 소득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운용액은 2022년 283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194조7000억 원으로 줄었다. 여유자금 감소로 예치금, 채권 등 모든 상품의 운용 규모가 축소됐고,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가계 자금조달액은 36조4000억 원으로 전년(74조5000억 원) 보다 38조1000억 원 감소했다. 주택자금 관련 대출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신용대출 및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타대출이 축소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금은 1년새 51조원 늘었으나, 기타대출금은 32조5000억 원 감소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일반기업)은 지난해 순조달 규모가 109조6000억 원으로 전년(198조1000억 원) 보다 88조5000억 원 축소됐다.
자금조달 방법 중 금융기관 차입이 63조6000억 원으로 전년(208조5000억 원) 대비 144조9000억 원 급감했다. 채권발행은 26조5000억 원으로 1년 전(55조3000억 원) 보다 28조8000억 원 감소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조달 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기관 차입, 채권 및 주식 발행 등이 모두 축소되고, 매출부진 등으로 상거래신용 등도 위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정부도 순조달 규모가 13조원으로 1년전(34조원) 보다 21조원 줄었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감소함에 따라 국채를 중심으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