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안심 프로젝트’로 과일물가 안착할까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4-03 13:46 수정일 2024-04-03 13:47 발행일 2024-04-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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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도 사과가 ‘금사과’임이 확인됐다. 정부는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내세워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을 투입하지만 사과·배 가격 상승률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월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88.2%, 배는 87.8% 올랐다. 각각 1980년, 1975년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다.

지금의 요지부동 고물가 사태 뒤에는 생산량 감소와 직결된 기상이변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급난으로도 볼 수 있다.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에 집착한 나머지 시간을 놓친 측면이 있다. 3월이면 과일 수급 여건이 나아진다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그보다 먼저,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 안정 흐름과 정반대 양상을 보일 때 선제적으로 대비했어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햇과일이 나오면 평년 수준의 가격표를 보게 된다는 막연한 희망은 접는 게 좋다. 사과·배 등 과일물가 안정은 낙관하기 어렵다. 특단의 조치가 맥을 못 출 정도로 농산물 물가 상승 폭이 커져 있다. ‘체감할 수 있는 회복’을 위해 과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때까지 물가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해야 한다. 다만 인위적 방식의 물가 관리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주는 게 상례인데 정부 대책이 가격 탄력성을 제한할지 모른다. 가격할인 정책이 중장기 해법이 아닌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 측면의 대비도 필요하다. 생산성이 높은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 등의 대안이 그것이다. 긴 안목으로 신규단지 육성, 내재해성 식품 보급 등 다양한 대책을 곁들여야 한다. 당장의 사과 작황 관리와 수급 불안 해소는 기본이다. 물가를 조속히 회복하려면 유통구조의 비효율도 제거해야 한다. 긴급 농축수산물 가격안정자금의 무제한 투입은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최적의 대안은 아니다. 1500억 원 규모의 긴급가격안정자금 투입이 효과 있기를 바라지만, 대형마트 중심에서 중소형 전통시장으로 적용 대상을 확산하면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는 믿음은 좀 순진한 물가 동향 분석이다.

때가 때인 만큼 경제정책이 유권자 표심에 조준되고 물가와 민생은 정치공방으로 변질돼 있다. 총선이 끝나면 인상을 미뤘던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를 수 있다. 할인율 유지와 상품권 환급행사 등에 의존해 전체 상황을 정리할 수는 없다. 할인 지원으로 목표 수준에 안착해 장바구니 시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근본 처방이 아닌 보여주기식 물가정책 경쟁은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