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돌잔치 패싱 왜?

명재곤 기자
입력일 2024-04-02 08:44 수정일 2024-04-02 09:18 발행일 2024-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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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지난날 회장에 취임한지 1년이 됐지만 대외 행사를 갖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우리금융내에서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임종룡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일 때, 금융위원장시절에는 취임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소회와 비전을 피력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나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등 굵직한 업적을 내세우면서 관심을 끌었다.

행정고시 합격(1981년)후 40년 넘게 행정부와 금융계에서, 전두환 정권에서부터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세상을 읽은 임 회장이다. 그런 그가 낙하산 관치인사 논란까지 야기하면서 입성한 우리금융에서, 아무런 일이 없듯이 취임 2년차를 맞는 게 오히려 생뚱맞은 느낌마저 든다.

상당수 기업에서는 회장 취임 1년이 다가오면 어떤 행사를 꾸릴지 관련 파트들이 머리를 싸맨다.

오너 회장일 경우는 초비상 사태다. 가장 기본은 경영실적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안팎의 일체감과 지속성장성을 강조하곤 한다. 가령 우리금융의 경우, 행사를 준비한다면 조직체계상 장광익 브랜드·홍보부문 부사장이 콘텐츠를 책임질게다. 언론계 출신인 장 부사장은 임 회장과 학연을 넘어선 끈끈한 관계로 알려져 우리금융내 숨은 실력자로 꼽힌다. 장 부사장은 공개행사에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편하게 대한다는 전언이다.

임 회장은 오너 회장은 아니지만 금융위원장 재임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설계했고, 회장 지휘봉을 잡고서는 금융지주 이사회 멤버를 자기 식으로 짰다. 우리은행의 ‘재주’ 때문에 우리금융이 ‘돈을 만지는 데’, 그럼에도 우리은행장은 이사진에서 배제됐다. 오너 회장이상의 사실상 단독 지휘체계를 구축했다. 때문에 임 회장의 한마디만 있었다면 돌 잔치에 초대할 손님들 명단도 짜고 잔치상에 내놓을 음식도 화려하게 장만할 수 있는데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 더 궁금증을 낳는다.

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받는, 빠르게 혁신하는, 경쟁력 있는,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이란 네 가지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불과 1년여 사이에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기가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패싱’한 것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삼이사들은 임 회장과 은행권, 은행권과 윤 정권의 관계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 고리중 하나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사태이다. 임 회장은 현 정권의 금융맨으로 비쳐진다. 정권 출범시 임 회장은 경제부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정권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상생금융’을 외칠 때 우리금융은 거의 정부측 입장에서 여타 은행을 난처하게 했다. 홍콩ELS사태로 곤경에 처한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판매사인 은행의 자율배상 선제추진을 요구하면서 은행을 압박할 때도 결과론적으로 그랬다. 대부분 은행은 배임 소지 때문에 법률자문을 거치면서 신중함을 유지했지만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 단행 의지를 불쑥 밝혔다. 임 회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간 ‘교감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관료로서의 행정능력과 금융정책에 관한 전문성, 특별히 ‘적’을 만들지 않는 유연한 성품과 조용한 인간관계 형성 능력이 임 회장의 특장이라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후 대통령실 개편과 경제부처 중심의 개각의 필요성을 거론한다. 호남출신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3월까지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