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만 보는 퍼주기 공약 경쟁, 실현 가능성 있을까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3-26 14:05 수정일 2024-03-26 14:05 발행일 2024-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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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재원 계획도 밝히지 않은 공약으로 표를 사들이는 것, 예산으로 지지를 얻는 복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지역개발이 곧 표라는 계산뿐이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드는 총선용 정책엔 한도가 없다. 지지세가 강한 혹은 약한 연령층이 좋아할 공약을 내놓으면 그만인 것 같다. 내가 하면 민생 공약, 네가 하면 선심 공약이란 얄팍한 논리만 보인다.

사안의 시급성도 올바른 기준(名)으로 분별(分)할 때 정당화된다. 철도 지하화도 좋고 소상공인 지원은 필요하다. 저출생 고령화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과 연관된 초대형 현안이다. 그런데 구체적 재원안이 안 따라주면 아무것도 아니다. 3자녀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 약속도,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도 타당성부터 갖춰야 한다. 예산편성권 유무가 핵심은 아니다. 무대책 총선용 쇼나 퍼주기 퍼포먼스로 돈만 풀다가 물가를 자극할지 모른다. 경제를 마치 심폐소생술처럼 인식하는 졸속 공약도 문제다. 공약을 요식행위로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여야의 선심 공약에 대한 검증 수단이 없어 설익은 약속, ‘안 될 약속’이 넘쳐난다. 표만 주면 지킬 약속인지는 차치하고라도 반드시 이행하라고 재촉할 만한 미래 성장 공약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철도를 지하로 내리고 빈 윗부분을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만드는 구상 자체야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결여돼 있다.

공약에는 저작권 침해도 통용된다. 서로 다른 듯 같게 한술 더 뜬 붕어빵 공약으로 서로 우려먹지만 제지할 방법이 마땅찮다. 실버 표심을 겨냥한 주 5일 경로당 점심 제공 공약에 매일 무료 점심 공약으로 맞불을 놓은 식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나라 곳간으로는 뒷감당이 안 되는 퍼주기 공약을 그만 남발해야 한다. 지난해 세수 결손액 56조 원은 벌써 잊었는가.

정당한 명분(Just Cause) 하나만 갖고 본질을 직시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맡든 다른 데서 맡든 ‘묻지마 재원’을 추계할 기본적인 시스템은 갖추는 게 맞다. 유권자가 실현 가능성에 대해, 포퓰리즘 공약인지 아닌지에 대해 예견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추계만 하지 말고 재원 마련 방안을 꼭 첨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검증마저 선거가 끝나면 끝이다. 민간자본 중심으로 개발하면 비싼 인프라 사용료는 온전히 국민 몫 아닌가. 남은 2주만이라도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등 진지한 고민 없는 돈 풀기 경쟁을 멈추기 바란다.